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글을 띄웁니다.
결혼 18년째의 평범한 주부입니다.
남편의 고약한 버릇 때문에 힘든 수위를 넘어 어떤 블랙홀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저도 모르게 제 가슴에 응어리인지 한인지 모를 답답함이 자리하기 시작하고 2~3년전쯤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게 되었어요.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아무한테도 연락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멍청하게 지내며 살다 살다 힘들면 죽으면 되지 뭐 하는 생각으로 살았었죠.
나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오더라구요.
남들이 부부간의 사소한 말다툼 같은 걸 에피소드식으로 얘기하거나, 교회에 가거나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장소 불문하고 예고 없이 참 많이 울었습니다.
교회를 가게 된 계기도 시댁 환경이 제사에서 추도식으로 바뀌면서 제가 맏며느리이다 보니 앞으로 추도식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교회도 가고 (지금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거나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봉사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 노력했는데 남편은 아무리 꼬시고 얼러도 몇번 등록 안하고 다니다 완전히 발걸음을 하지 않네요.(남편은 학생 때 교회를 다녔었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더라구요. )
그러다 누구에게도 나의 고민을 얘기할 수가 없어서 교회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모두 닫아 버렸었죠.
저의 구체적인 심정을 털어 놓을께요.
남편의 나쁜 점만 열거하면 혹 여러분이 오해 할까 가능한 장,단점을 모두 얘기 합니다.
장점이 참 많습니다.
결혼하고 돈, 여자, 술 등 뭐 어떤 부분이든 딱히 맘고생 시키거나 힘들게 한 적이 없죠.
알뜰하고 퇴근하면 땡하고 집으로 와서 방콕하는 스타일이에요.(직원 회식, 모임 등은 물론 참석하죠)
땡맨이긴 한데, 집안일을 도와 준다거나 하는 법은 거의 없어요.
돈 벌어오는 일 외엔 다 제가 하죠.
고지식하고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하고 주변에 친구가 없으며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나의 의견을 말하거나 주장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경청하며 항상 중립을 유지하는지 말이 없죠.
무뚝뚝하고 표현할 줄 모르고 과묵하고 내성적이고...
칭찬은 거의 절대로 안 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말들은 항상 부족하고 못 마땅하다는 말들이 거의 다죠.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그런 식이에요.
(전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잘 한다고 칭찬 받고 인정 받는데 유독 남편은 거의 절대로 칭찬이나 격려의 말은 안하고 비난이나 부족하고 못마땅하다는 말만 하죠. 반찬, 행동거지, 음식메뉴,뭐 거의 다 )
애 둘 낳아 줘도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죠.
수고한다고 손 잡아 주거나 격려하긴 커녕 성질내고 챙피하다고 입술깨물여 성질낸 기억밖에.
(나중에 그랬어요. 내가 당신 만나기 전 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의 남자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요. ) 말 주변이 없는 탓도 크겠죠.
애 낳을때랑 친정 아버지 돌아 가셨을 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고 두고봐라는 이빨 갈리는 기억밖에 없어요
남편은 뻑하면 화를 내고 집안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는 게 저나 아이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다는 거죠.
예를 들면, 모처럼 기분 좋게 외식을 하자 해서 가면 수시로 버럭 버럭 화를 내서 분위기를 살벌하게 하고
어디 놀러를 가면 걸핏하면 성질을 내서 기분 잡치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돌아오곤 한다는 거죠.
외식이든 놀러를 가든 우리 식구끼리는 안 가고 싶죠. 누가 있으면 좀 참는데 우리끼리면 성질자랑 다 하니까 거의 50%는 기분 안 좋게 끝나죠.
집안에서도 성격이 얼마나 예민한 지 한지붕 아래 있는 게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두렵고 간이 철커덕 떨어졌다 붙었다 하며 지내니 별거를 하든지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남편은 화낼 일이 아닌 일에 왜 화를 내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또 화를 내게 되면 역으로 당하는 나나 아이들이 삐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더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본인이 화내고 삐치고 묵비권행사하고 말 안하고 밥 안먹고 계속 자기가 잘 했다고 몇날 며칠이고 식구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 넣죠.
당하는 전 상식을 넘어서는 분노 수위에 할 말을 잃고 벙~해서 혹은 내가 잘못해서 이러나? 하는 생각에 대꾸를 못 한게 15년이고 그 후로 우울증을 한참 앓으면서는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육탄전도 하고 이제는 도저히 단 한 순간도 참아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참던 억울함과 분노와 응어리, 한, 이런 것들이 뒤범벅이 되어서 언젠가부터는 나를 증오하게 되고 자신감 상실에 멍청해 지더라구요.
블랙홀인지 아님 소용돌이 같은 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하루 하루 조금씩 정신병자가 되어가는 기분요.
우리 (시)어머님 왈, 네가 말대꾸 하니까 그렇지! 하시는데 미치겠더라구요.
말대꾸 안 해서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고 원인을 더 거슬러 올라 가자면 아버님의 세간살이 부수는 전력이 대물림 된 것이고 어머님께서 평생을 저처럼 참기만 해서 남편 가슴에 키운 분노를 풀어 주지 못해서 이 지경이 된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제 탓을 하니 . . .
성격이 불 같아서 그렇다면 화 내는 순간만 참으면, 시간이 흐르면 나한테 미안하고 멋쩍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더 고자세에다 화내는 순간에 말하든 시간이 흐르고 말하든 답답한 마음을 얘기하면 자해를 하거나 살림살이가 날아 다니니 늘 가슴에 응어리 질 뿐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도 속 시원하게 대들지도 못해요.
아이들 어릴 때 별로 놀러 가 본 적이 없고 늘 피곤해서 잠만 자는 아빠이고, 놀아 줄 줄도 모르고 소리 지르고 권위만 내세우죠.
어느 날인가 ''아버지 학교''에 가봤으면 좋겠다, 혹은 같이 교회 다녔으면 좋겠다 얘기를 했더니 다음에, 나중에, 미루길래 또 얘기를 하니 갑자기 운전대 핸들을 팍팍 돌려대고 이마를 핸들에 갖다 찧고 성질 내고 난리 치면서, ''가기 싫다는데 웬 잔소리가 많냐고'' 자해를 하네요.
어머님이 오냐오냐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게 키워 놔서 이 사람 자기 하기 싫은 건 곧 죽어도 안한다고 못한다고 똥고집에 똥자존심에 끝내줘요.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이 사람을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채근하는 타입으로 오해하면 곤란하구요
오히려 반대죠. 늘 딴사람과 비교하며 친구모임 갔다오면 누구네 자식은 공부 잘 하는데 우린 이모양이냐!
도대체 밖에 나가면 자랑할 게 없다는 둥 누굴 만나고 오면 특히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직원들이나 친구들이
자식 자랑을 하면 영락없이 열 받아 와요. 그리고 뻑하면 나나 애들한테 화내죠.
젤 만만한 게 나랑 애들인가 봐요. 그리고 시어머니나 시동생, 누나들 다 신랑을 어려워 하고 눈치 봐요.
남들은 울 신랑 보면 되게 순해 보인대요. 저도 첨 만났을때 그렇게 봤어요(실수죠)
남편 자존심 상할까봐 거의 누구랑 비교하는 말이나 그런 건 제 스스로 금기사항인데, 이젠 달라졌어요.
참다 참다 대들었죠. 공부 못하는 건 당신 머리 닮아서라고. 난 학교 다닐때 공부 잘 했다고. 못하지는 않았다고.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당신이 평소에 거실에 앉아서 책 한권이라도 펴놓고 읽으면 그게 의지고 본이 되는 거라고. 책 한권 읽는 거 공부 하는 꼬라지 못 봤다고...
시댁 어른들 살아온 인생의 한이 많아요. 울 어머님 얘기 들어보면 결론은 누구 누구 탓이더라구요.
제 생각엔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만 더 영악했더라면 이만큼 한 안 쌓아도 될 일이었는데...
우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남편과 아내의 특징이 정반대에요.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시댁식구를 멀리하고 싫어하는데 우린 남편이 처가식구들을 싫어해요.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100% 남편이 잘못됏다고 생각진 않아요.
어머님이 저한테 섭섭하고 엄한 소리를 수없이 해도 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생각했지 남편한테 성내거나 화낼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내가 시부모님이나 가족들한테 잘하면 남편도 분명 세월이 흐르면 우리 식구들한테 잘할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더라구요.
참고 참았던 섭섭한 것들 어느날인가부터 폭발해서 다 말했어요.
글구 요즘엔 저도 뚜껑 열리면 되풀이까지 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못됐는지 새삼 스스로 놀랍니다.
옛날엔 남편을 참 많이 칭찬하고 떠받들고 이 정도면 됐다 했는데...
연애 하고 결혼하고 할 땐 제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실하고 사람 됨됨이만 된사람이면 된다고. . .
예상대로 바로 봤어요.
물론 단점도 알아 챘죠. 왜소한 체격에 남자다운 아쌀한 맛은 없어서 첫 만남에서 전 속으로 생각했죠.
'' 이 사람은 아니다 !''라고.
제가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라 외모적으로 키 큰 남자를 원한다거나 그런 조건을 따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결혼 생활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맘이 힘들고 방황할때 마다 이 정도면 됐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잖아! 내가 한 번 두 번 참으면 미안해서 안 그러겠지! 그렇게 위로 하며 살았는데...
10년쯤전부터 부부상담을 받아 보자고 얘기하면, 날 미친 놈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난리도 아니예요.
남편 마음에 분명히 분노, 응어리가 차 있는데 그게 뭐고 내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아야
해결방법이 있을텐데 도저히 답이 없네요.
제 스스로 조금의 답은 알아요.
후회해 본들 늦은 일인데, 첨부터 죽이니 살리니 선풍기 한대 부술때 tv라도 내 던지고 더 불같이 화를 냈어야 했다는 것과(근데 이 사람 자존심 빼면 시체인데 글쎄 먹혔을까 약간 의문도 드네요.- 남편 왈, 첨부터 대들었으면 니하고 진작에 끝내고 안 살았다는데 하는 말인지, 진짠지...)
시댁 식구며 남편의 불편한 점을 첨부터 조금씩 짚고 넘어 갔어야 했다는 것.
이 정도예요.
남편이 화내고 살림살이 부수는 것 외에는 많이 좋아졌어요. 싸우면서.
15년 동안 하던 반찬투정(투정 정도가 아니었죠.상상 이상이죠.) 입 다물었고,
입만 떼면, 하여튼 간에 철딱서니 없어! 니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하던 말 현재는 쏙 들어 갔고,
처가 식구들 못한다 맘에 안든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 나도 가만 안 있으니 이젠 많이 참는 편이고.
애들 기저귀 하나 안 갈아주던 사람이 사춘기 애들과 친해지려고 애쓰기는 하니 좋아졌는데,
그러구 보면 예전에 비하면 18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30~150도 정도는 달라진 것 같은데
가장 큰 분노폭발을 다스리지 못하니 이젠 나도 어떤때는 남편을 죽이고픈 살기를 느낄 정도로 섬뜩하니 어쩌랴.
며칠전 또 집안이 한바탕 난리가 나고, 우리 떨어져서 지내자고, 당신이 어머님 집에 가서 지내라고 했더니 첨에는 좋다더니 나보고 나가라고 당장 이혼하자고난리다.
자존심에 별거는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성격이다. 부러지면 부러지지 절대 휘지 않는 사람이다.
애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이번 싸움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물으니 100% 아빠 잘못이고 애들도 해결책을 모르겠으니 인터넷에 글을 띄우면 어떻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들은 역으로 그동안은 어떻게 풀었냐고 묻길래, 초라하게 성질 피우는 아빠가 불쌍해서 엄마가 먼저 말 걸고 밥 먹으라 사정하고 그랬다고.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고. 불쌍하지도 않다고. 그랬더니,
울 애도 아빠 안 불쌍하다네요. 본인이 이상하게 성질 피는 거니까. 오히려 이상할 뿐이래요.
제 마음이 그래요.
예전에 연애할 때 부터 남편이 참 안쓰러웠어요.
작은 체구에 술 마시면 곧 쓰러 질 듯 측은하고 안쓰런 맘이 많앗는데(그렇다고 저도 내세울 것도 없는데)
결혼 생활이 오래 될 수록 남들은 측은지심이 생긴다는데 전 오히려 반대로 안쓰런 마음이 거의 없어지고
원망과 한, 응어리, 살기, 두고 봐라, 니랑 끝내야지, 그런 맘만 커져 가고 있어요.
그러한 주기들이 점점 빨라지고 지속 시간이 길어 진다는 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게 살기가 느껴 지다가도 잘해 줄때도 있잖아!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번민하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멍청이 같은 나를 보는 듯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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