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에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적은 나이도 아닌 34에요. 무일푼에서 시작해서 그동안 기반잡는다고 겨우 아파트 전세자금 마련한 후네요.
지금 임신 4개월째인데, 앞으로 3개월은 더 직장을 나가야 할 형편입니다. 시댁 큰형님께 이사한다고 돈을 빌렸거든요. 돈 빌려가면서까지 아파트 33평으로 이사온 까닭은 제가 공부방을 할 계획이었는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접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형님돈은 갚아야 하기에 쉬라는 병원의 권고에도 계속해서 직장을 나가게 된 거지요.
문제는 이게 아니라, 빠듯하게 9월까지 모아야 형님돈을 갚는데, 자꾸 남편이 일을 만듭니다. 일이라 해서 따지고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고, 사실 울 남편이 마누라 속썩일 정도로 방탕한 사람도 아닌데, 속좁은 저에겐 참 스트레스네요.
지난 달엔 네비게이션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샀더라구요. 그거까진 제가 사라고 했으니 괜찮은데 이번달에 친구들 집뜰이를 했거든요. 넓은 평수로 이사왔으니 친구들한테도 자랑하고 싶었겠죠. 그래서 또 몇십만원이 까였죠. 느닷없이 친구들이 들이닥쳤으니 그것도 남편 탓이라 할 수 없어요. 며칠후면 남편 동창 내외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친구들끼리 1박2일로 놀러 간답니다. 저는 임신 중이니 당연히 못가고...남편 혼자라도 갈려면 가죠. 문제는 이 친구들 씀씀이가 워낙 쎄서 나눠 내는 돈이 장난이 아닌거죠. 남자들은 넓은 인간관계가 재산이라하니 그것까지도 막을 생각이 없었는데...
더큰 문제는 이번 달말에 시댁 식구들을 몽땅 초대했다는 겁니다. 한번도 우리 사는데 못보셨으니 보여드리자는 남편말...맞죠. 자기 힘, 아니 정확히는 우리힘으로 이만큼 산다 자랑도 하고 싶었겠죠. 비록 우리집은 아니지만... 시댁 식구 초대할 수 도 있는데, 총 15명이나 되는 식구들을 어떻게 저 혼자 치러내냐 이겁니다. 강원도에 사는 큰형님, 부모님 내외에, 부산에 사시는 작은 형님가족, 고모 가족, 서울서 자취하는 시동생까지...
친정엄마는 몸이 약해서 도와주시기 힘들고, 저는 직장 다니느라 제대로 준비도 못하구요. 결혼 이후 내내 직장만 다녀서 음식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임신 중이라 몸은 힘들고...그렇다고 돈이 많아서 출장부페같은 데에 맡길 형편도 아닙니다. 이번달에만 지출이 넘 많아서 걱정하는데, 남편은 속절없이 저를 괴롭히네요.
넓은 평수 보고 자취하는 시동생 데리고 있으라(눈치없는 데다 식구들한테는 돈 한푼 안쓰는 시동생은 엄청 씀씀이가 헤퍼 몇천만원 카드빚으로 도피경력있는데다 7년간 데리고 있었던 작은 형님은 절대 데리고 있으면 안된다고, 만약 그러자 하면 이혼한다고 하라고 조언까지 해주심.--;)할까 그것도 걱정이고 큰형님, 작은형님 모두 넉넉지 않은 형편가운데 작은 집에서 사는데 우리만 이렇게 큰 데 사는 거 보여드리는 것도 맘 편치 않습니다.
이집 이사할 때 친정에서 많이 보태주셨다고했음에도, 소파니 식탁도 친정에서 사주셨다고 해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작은 형님도 불편하구요...
남편에게 다음에 집살때 초대하든지 아니면 나중으로 미루자 해도 남편은 "부모님, 나 사는 거 한번도 못보셨다"며 역정을 냅니다. 그러면 강원도 부모님과 큰형님만 일단 초대하든지...
음식솜씨 있는 작은 형님한테 맡기자는 남편 말은 귀에도 안들어옵니다. 어떻게 부산에서 서울까지 힘들게 온 형님께, '나 임신중이고 요리솜씨 없으니, 형님이 좀 음식좀 해주세요'합니까.
그 걱정으로 앞으로 며칠간 고민할 것 같습니다. 아이한테도 안 좋을 텐데... 울남편, 정말 착하고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인데, 이번달엔 저를 넘 괴롭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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