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집에는 개가 세마리나 있습니다. 큰집에서 떼밀려 온 팔푼이(치아 장애가 있음) 친정 오빠네서 떼밀려 온 칠푼이(버팔로인데 밥을 엄청 먹음) 아랫집에서 떼밀려 온 미남이(시베리안 허스키와 진돗개의 잡종) 하나는 장애 때문에 둘은 사료값이 문제가 되어 셋 다 버림받다시피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사료값도 만만치 않고 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개장수가 오면 줄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랑이 벌 받을거 같다고 개장수도 주지 말라고 합니다. 그냥 죽을 때까지 키워야 한답니다. 하지만 신랑은 개 밥도 안주고 똥도 잘 안치웁니다. 여름이 되면 냄새도 많이 날거고. 밥 주러 가면 자꾸 덤비는 것도 싫고. 애들도 개 무서워하고.(세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면 정말 무서워요.)
그런데 요즘 그 개들이 이상합니다. 숫놈 둘에 암놈 하난데 숫놈 둘 사이에 암놈이 있습니다. 집은 따로지만 위치를 그렇게 해 놨습니다. 순서는 칠푼이(숫놈), 팔푼이(암놈), 미남이(숫놈). 그런데 며칠 전부터 칠푼이랑 팔푼이가 이상합니다. 둘이 밤 낮을 안가리고 낯 뜨거운 애정 행각을 벌이더니 칠푼이가 밥도 안먹고 팔푼이 집에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팔푼이가 비를 맞지 않도록 보호를 하고 혹시 미남이가 팔푼이를 넘볼까봐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요즘 그 녀석들의 사랑놀음을 보시느라 심심하지 않으십니다. 칠푼이가 바보처럼 보인다고 하시고. 무슨 개들이 저러냐고 하시고. 처음 보시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전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밥도 잘 먹고 먹는거라면 물불을 안가리는 칠푼이가 어떻게 밥도 포기하며 팔푼이에게 정성을 다 할 수가 있는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며칠째 그러고 있습니다. 저러다 칠푼이 잘못될까 염려될 정도입니다.
칠푼이가 걱정이 돼서 밥 그릇을 팔푼이 집 앞에다 놔 줬더니 그걸 팔푼이 먹으라고 밀어 줍니다. 어쩜 그럴 수 있는지 감동이 다 밀려 옵니다.
아이들도 쑥스러운 웃음을 띠며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합니다. "우리 강아지 결혼 할까봐 해." 어머니는 슬며시 걱정을 하십니다. "팔푼이 저 몸으로 임신이 될까 모르겠다. 지 몸 추스리기도 힘든데."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저도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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