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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버스를 타고.....
작성자 : 여행자 조회수 : 3258 작성일시 : 3/25/2006 10:04:59 PM
논산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긴 여행을 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이 낯설었다.
푸른듯 검어야 할 들판이 하얀 비닐하우스로 가득했다.
가을이 되어도 황금들판은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쩍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천안을 거쳐 논산으로 가면서 내 모습도 다시 봤다.
유행도 모르고 사는 나지만 나름대로 당당하다 생각 했었다.
그런데 최신 유행의 아가씨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기가 죽었다고 해야하나
그냥 갑자기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더 초라한 내가 되기 싫어서 바로 마음을 다잡기는 했지만
유쾌하지는 않았다.

결혼식을 보면서 닭살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후배의 결혼식인데도 그냥 후배가 아니라
동생의 결혼식 같은 느낌이었다.
결혼식을 보면서 예전 내 결혼식을 생각했다.
나도 서약을 했었지.
난 잘 지키고 있는건가?
내 마음은 수시로 변하는걸?
사랑하다가 미워하다가 또 싫어하다가 좋아하다가.
오늘도 나를 마중나온 신랑이랑 반갑게 만나고
집에 와서는 통장관리 문제로 토닥거렸다.

서운하고 서글프긴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는다.
아직 난 신랑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면 됐지 뭐.

내가 돌아오자 큰 아이가 소근거렸다.
내가 하룻동안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은 약을 못먹었다고 했다. 아빠가 잊은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사주지 않았을 과자를 아빠가 많이 사왔다고 했다.
과자를 먹은 아이들은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

역시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해.
남자도 마누라가 필요해.

엄마는 휴식이 필요해.
그런데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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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여행자 2006-03-25 3259

맞아요 (2006-03-26) 엄마에게도 휴식이 필요한데 언제 그 휴식을 맞볼수있을련지..아줌마~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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