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로 맞벌이하고 있는 주부입니다. 엊그제 남편이 뜬금없이 '제주도에서 사는 거 어떨까?'하는 겁니다.
제주도의 모 리조트에서 경영기획으로 스카웃제의가 들어왔다는군요. 모 신문사의 경영관리 파트에 있다 지금 있는 회사도 거의 스카웃되어서 들어왔거든요.
지금 있는 회사는 그리 규모는 크지 않아도 정부쪽에서 세운 회사라 망할 염려없이 왠만하면 정년도 보장되고, 윗분들이 남편을 잘봐서 '키워주고 싶다'는 언질도 있었구요. 업계에선 거의 독점이나 마찬가지어서 회사재무상태도 튼튼하고...그야말로 실속있는 데거든요. 연봉은 대기업에 비하면 높은 건 아니더라도 일단 능력을 인정받아서 매년 10 프로씩 인상되고 있고.... 별일 없으면 임원급까지 갈거구요.
그런데 일이 너무 많아요. 1인 다역을 해야하는 경우죠. 게다가 남편의 성격이 좀 까칠해서 본인 맘에 들때까지 일을 해놔야 하는 스타일이라 휴일에도 일할 때가 많아요. 물론 평일엔 거의 자정에야 들어오구요.
남편이 '서울에선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거에요. 평소에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죠. 저는 그게 노년쯤이라 생각했는데...그쪽 조건이 연봉은 지금 회사랑 비슷하고, 일은 좀 줄 거라고 하더라구요. 거기서 일하면서 노무사 등 자격증 준비하고 싶다구요. 집값, 땅값 싸니까 나중에 돈 모으면 땅 사서 펜션 지어 숙박업하며 살자구...
저는...잘 모르겠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30년을 넘게 서울에서만 살았고, 또 부모 형제 친구 다 여기있는데 저멀리 섬에서 살거 생각하니...거기선 내가 할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지금 있는 학원에서 경력도 쌓아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돈도 좀 오르고 교수부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 그만두고 타지로 갈 생각하니...또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도 힘들 것 같고...마음이 좀 복잡해요.
게다가 이제 아이 교육도 생각해야 할 것이고...아름다운 풍광 보면서 여행으로 가서 한 며칠, 또는 한두달 있으면 좋겠지만 아주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봤거든요.
이런 생각을 말하니 남편이 실망하면서 '그럼 없던 걸로 하지'하는데...남편에게 일단은 거기 재무 상태나 비전 등,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생각해 보자 했어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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