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결혼 5년차 주부입니다.
결혼하면서 얻은 직장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어요.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버팀목이 되어주고, 남에게 털어놓지 못할 비밀도 공유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그러다 2년쯤 지나서 제가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이사도 하구요. 만나는 횟수는 줄었지만 자주 전화통화를 했답니다.
이렇게 가까운 친구인데...그 친구에겐 딱 하나,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시간약속을 최소 30분에서 1시간씩 어긴다는 것입니다.
서로 사는 곳이 거의 극과 극이어서 중간지점에서 만나는데, 둘다 약 한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시간 약속은 철저해서, 남이 날 기다리는 것도 싫고, 내가 남 기다리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약속시간이 거의 임박해서야 집을 나서서, 늦는다는 전화도 안합니다.
제가 20분정도를 기다린후에야 전화하면 그제서야 어디만큼 왔다, 곧 도착한다 말해놓고도 30-40분이 있어야 나타납니다.
더운 땡볕에서도, 추운 겨울날에도... 5년동안 제 기억엔 딱 '두번' 시간에 맞춰 만났네요. 그나마 한번은 우리집 근처 지나다가, 갑자기 전화와서 보고, 한번은 제가 오죽 답답해서 '너, 집에서 떠나면 전화해, 그때 출발할테니' 그렇게 해서 만나고...만날때마다 몇번이나 제가 화를 내고, 그러면 그 친구는 사과하고 다시는 안그러마 약속하고 그러다 풀어지고...다시 만날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일은 어제 터졌어요.
며칠전 그 친구 생일이라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역시나 제가 다짐을 받아놨죠. 늦지 말라고...그 친구는 철썩같이 약속하더라구요.
하지만 그친구는 다시 약속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출발한지 얼마안됐어. 차가 너무 밀려서...차를 놓치는 바람에...나보구 어떡하라구.'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처음으로 '다음에 보구 그냥 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친구는 막무가내로 잡더군요.
주말이라 붐비는 시내엔 앉을 자리도 없고, 날씨는 넘 춥고...중간에 울신랑이랑 통화했는데,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라 하니까 울신랑도 기가 막힌지 아무말도 않더군요.
정확히 약속시간에서 1시간이 지나 나타난 친구에게 화를 냈어요. '오죽하면 울신랑이 아무말도 않더라'라는 말에 처음엔 미안하다 했던 그친구가 저한테 따지더군요. '너는 왜 내 말을 너네 신랑한테 하냐. 내가 몇번이나 늦었냐'고.
하! 요점은 본인이 늦어서 내가 화가 나 있는 건데, 이 친구는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기분나쁜 건 기분 나쁜 거라는 식으로 나오더라구요.게다가 본인이 매번 늦은 걸 기억도 못하고...
갑자기 5년간 이 친구를 기다리면서 화났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나서, 저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그 친구는 따라 나와서 '너, 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느냐. 나, 여기 또 올건데, 너가 이렇게 나가면 어떡하냐. 니가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면 시킨 맥주 다 마실때까지 앉아 있어라.' 서로 옥신각신 하다 다시 들어갔죠.
결국 어제는 만난지 한시간도 안되서 헤어졌어요.
그 친구가 헤어지면서 힘없이 '미안하다' 그러더군요.
두어시간 후 제가 문자를 날렸어요 '그래도 생일선물은 받아야지' 했더니, '생일 선물? 내 친구를 돌려줘.' 그러더군요.
그래서 '니 친구는 항상 그자리에 있다.덤으로 생일 선물 줄게'하고 답했죠.
휴우...시간개념없는 친구때문에 힘드네요.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는 친구지만, 솔직히 시간약속하기가 무섭습니다.
한시간 늦게 나올거 감안하고 시간맞춰 가면 될 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10분 늦으면 그 친구 난리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약속 어기는 것때문에 친한 친구를 잃는다는 게 좀 유치하고 우습지만...저에겐 심각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친구가 바뀔 것 같지않아요.
전화통화만 하자니, 또 그친구, 만나자 할텐데...
나이 서른 넘어서 친구때문에 이런 고민하게 될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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