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월급이 백만원이다.
다섯 식구가 산다.
요즘 남편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돈을 너무 쓴단다.
헤퍼서 못살겠단다.
할 말이 없다.
난 내 옷 싸이즈가 얼만지도 모른다.
지금도 결혼 전에 입던 옷을 입고 사는 나에게,
그 흔한 겨울 점퍼 하나 없이 사는 나에게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산단다.
어이가 없다.
이렇게 사는 내가 어이가 없고
이런 나에게 헤프다고 하는 남편이 어이가 없고
이 상황에 어머니랑 남편 한약 해주고 있는 내가 바보스럽다.
트럭에서 사는 일가족을 보고 실내 온도를 20도에서 18도로 내렸다.우리가 너무 호강 하는거 같아서.
적어도 난 내가 누리는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산다.
월급이 칠십만원일 때도 난 놀라긴 했어도 적다고 탓하지 않았다.
백만원인 지금은 식구가 둘에서 다섯이 됐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노래를 불렀다.
주변에서는 사는게 용하다고 했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난 남들의 시선보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로또 한방을 기다린다.삶의 위안이란다.
그러나 난 생각이 다르다.
로또가 되면 행복할꺼 같아도 아마 더 불행해지기 쉽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돈이 많아지면 지금의 이 행복도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 요 며칠은 빼고.남편의 말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으니.
적은 월급에 불평없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더니 이제
그 말의 유효기간이 지났나보다.
아니 익숙해지다 못해 더 많은걸 바라나보다.
월급을 아껴 저축을 해서 남들처럼 목돈을 만들어 주길 바라나
본데 지금은 현상유지도 힘들다.
남편이 밉다.
자신의 죄를 알았는지 자꾸 애교를 떤다.
더 밉다.
내가 경제활동 시작하면 당신의 전성시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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