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추석이라 지금 시댁에 와있습니다. 비도오고 우울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결혼하고 맞는 첫 명절인데, 연휴가 너무 짧다고 친정에는 못간다고 얘기해놨어요.
사실 이번 연휴가 짧은건 아니예요. 남편 회사가 화요일까지 놀거든요. 추석 당일 일요일에 출발하면 화요일까지 몇일은 친정에 올 수 있는 거 잖아요.
그런데, 추석날 남편 누나들과 매형들이 온다고 꼭 같이 저녁 먹어야 한답니다.
시어머니가 매형들한테는 추석날 아침만 일찍먹고 올라오라고 당부를 했다네요. 추석날 늦게까지 있으면 자기 딸들 고생한다고 ㅜ.ㅜ
그러면, 저는 왜 안보내 주는 겁니까? 저도 추석날 일찍 밥먹고 친정가고 싶은데....
명절이니까, 남편네 식구들 모두 모여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 거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식구들은 명절때만 이렇게 모이는 것도 아니거든요. 거의 매주 모입니다. 이번주는 카레만들었네, 스파게티 만들었네 하면서... 주말에 쉴틈도 없이 시댁에 들락거리는 것도 짜증나는데, 명절때도 시댁에 있어야 한다니 정말 짜증납니다.
사실 시댁에서는 제사도 안지내고, 찾아오는 손님도 없어서 음식 장만도 거의 안해서, 제가 할일은 없어요. 고생스럽게 일 안하는 것만 해도 축복이죠. 뭐...
그런데, 아침에 친정집에 전화했더니, 엄마가 몸살도 났고, 이번 추석때는 나도 안내려오고하니까, 명절 준비 안한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우리 친정집은 매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손님대접용 전이라도 굽고 그래야될텐데.... 엄마가 몸살난 몸으로 준비하는 거 보고 내가 걱정할까봐 준비 안하다고 그러시는거 같아요.
전화통화할때도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시장보는 소리가 들리던데.. ㅜ.ㅜ
친정집에 너무 가고 싶어요. 내일 아침에 혼자서 버스타고 확 가버릴까 싶네요.
앞으로 12년간 명절 연휴가 짧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명절 짧다고 계속 친정에 못내려가게 하면 어쩌나 싶더라구요. 아무리 기간이 짧아도 결혼 후 첫명절인데, 친정 가야된다고 우겼어야 하는데,첫단추를 너무 잘못 끼운거 아닌가 싶어요.
아.. 비도 오고, 엄마도 보고싶고, 내려갈때마다 반가워서 우시는 우리 할머니도 보고 싶고, 통풍때문에 고생하시는 아빠도 보고싶고... 진짜 우울한 추석명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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