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이 어머니 칠순이시다.
한참 전에 아주버님이 오셔서 말씀하셨었다.
어머니 돈 500만원을 횡령한 것이 있어서 당신이 어머니 칠순에 가족들 모아서 식사 하는거 다 책임진다고.
우리보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었다.
그런데 날짜가 임박하자 말이 바뀌었다.
집에서 해먹자고.그러면서 우리집에서 하잔다.
그러자 어머님이 딱 잘라 말씀하셨다.여기서는 안된다고.
참고로 난 막내 며느리다.어머니랑 같이 산다.
아주버님은 한동네에 사신다.
어머니가 거부하시는 바람에 결국 아주버님 집에서 조촐한 생신상을 보기로 했다.형제라 해야 겨우 시누들 두분과 두 형제가 전부다.
장을 보기 위해 형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우리 형님 장 볼 목록을 적어서 내밀며 나보고 장을 봐 오라고 하신다.
목록을 보니 하다못해 참기름 까지 사오라는 건데
돈을 준다는 것도 아니고 기가 막혔다.
너무 어이가 없어 심장마비라도 걸릴거 같았다.
내가 표정관리도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휭하니 나오자
신랑이 형수님 같이 가자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워낙 기막혀서 표정관리도 못하고 굳은 표정이자 다들 내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형님이 계산을 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버님이 형님한테 돈을 주고 가셨던 것인데 형님이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더 어이가 없다.
차라리 처음 부터 나보고 하라고 했다면 난 내 마음대로 아낌없이 생신상을 차렸을 것이다.
막내가 맏이노릇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줄 이번에 아주 뼈저리게 느꼈다.
손님은 다 우리집으로 오시고 뒤치닥거리는 다 내 몫이다.
처음에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결정을 할 때 난 다 예견 했었다.
결국 다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할거 하면서도 눈치를 봐야 한다.
아주버님 큰아들 대우 하면서 시누들 화나지 않게 다독거리면서
막내가 맏이노릇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정말 화나는 것은 형님의 행동이다.
시댁 식구들이 다 형님 미워라 할 때 난 그래도 같은 여자로서
형님을 이해 하려고 했고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 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많았다.
그런데 형님이 나를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나도 생각은 다 있다.
난 바보가 아니다.
나도 누구보다 빠른 계산이 있고 생각이 있다.
다만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을 따름이다.
내게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면 사람을 너무 믿는다는 것이다.
다 내맘 같은 줄 아는게 병이다.
고칠려고 해도 잘 안된다.
천성이 그런가 보다.
신랑이 나보고 바보란다.고지식한 바보.
나 진짜 너무 슬프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
우리 형님 나한테 이러면 안된다.
정말 이러면 안된다.
한편 생각하면 형님도 불쌍하다.
아주버님도 불쌍하고 우리 어머니는 더 불쌍하다.
어머니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 이번에 사고 칠려고 한다.
어머니 모시고 제주도에 갈려고 한다.
어차피 칠순잔치를 하면 200정도는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버님이 잔치를 안한다고 하는 바람에 돈이 굳었다.
어차피 쓸려고 생각한 돈 쓸려고 한다.
멀미 때문에 평생 여행 한번 못하신 어머니다.
봄에 흑염소에 한약 넣어 해드렸더니 멀미를 안하신다.
아마도 체력이 딸려서 멀미를 했나보다.
이참에 제주도에 가서 어머니 좋아 하시는 해산물 배부르게
사드릴려고 한다.
우리 신랑 월급이 100만원도 안된다.
그래도 나 200만원 쓸 생각으로 제주도 여행을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어머니가 불쌍하다.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신랑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할 수 있을 때 효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벌 때 기다리면 어머니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우리 친정 부모님을 잃고 깨달은 것이다.
내가 주변 사정에 얽매여 이번 여행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랑 아름다운 여행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무 속이 상해서 소주 한잔 했더니 알딸딸 한것이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
신랑 사랑해!
어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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