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직장인입니다. 직장은 초중등 아이들 가르치는 조그마한 영어학원이에요. 선생이라 해봐야 저를 포함해서 5명정도구요. 그중 제가 젤 나이가 많고 그다음이 저보다 한살 어린 애기엄마, 나머지는 저와 8-9살 나이차 나는 대학 갓 졸업한 아가씨들입니다.
서너달 된 컴퓨터실 담당 선생(대학갓 졸업한)이 있는데, 새로 들어온 두선생(저와 한살차 나는 선생, 20대 중반 선생) 빼고 저랑, 교포선생, 그 컴터실 선생, 저와 띠동갑 대학 알바생 이렇게 넷이서 잘 어울렸드랬죠. 저는 제가 나이는 많아도 나이 차 나는 선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퇴근후 술도 같이 잘 마셨구요. 저는 제가 나이 많은 티 안내려고 요즘 도는 유머도 곧잘하고 딴에는 많이 신경썼답니다.
그런데...참...어린 사람들이라 분간을 못하는 건지, 아님 제가 넘 편안한건지...또는 제가 처신을 잘못한 건지...가끔 저에게 무례하게 굴드라구요. 가령 저녁식사(학원에선 늦게까지 근무하면 식사를 제공함)를 주문하다 실수로 하나를 덜 주문해서 미안하다, 다시 시켜주마 해도 버럭 화를 내며 "다음부턴 제가 적어 드릴테니 그거 보고 하세요, 아님 제가 주문할께요"하더라구요. 사실, 고참인 제가 주문할 일이 아니라, 젤 신참인 본인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러다, 얼마전 친정엄마가 몹시 편찮으시고, 검사결과가 심상치 않아 제가 그들의 술자리를 몇번 거절하게 되었더니 그다음부턴 자기네들끼리 어울려서 저를 따돌리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매번 거절하는 것도 부담되고 젊은 사람들, 나때문에 기분 잡칠까 좀 거리를 두었죠. 사실, 나는 걱정거리가 많은데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하하 호호 웃는 거 볼때 가끔은 섭섭하잖아요. 그랬더니, 이사람들이 저를 오해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우리학원은 가운데 미술학원을 두고 두군데가 뚝 떨어져 있는데, 앞쪽은 그 세 선생이 있고 나머지 한쪽엔 저와 그 새로온 선생들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이 말 섞게 되고 그러잖아요. 그걸 오해하고, 질투하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모른 척 했어요. 그냥 그러다 말겠지...거의 10살이나 많은 사람이 똑같이 그러면 더 우스워질 것 같아서... 그런데 참...여자들이라서 그런건가요. 아님 아직 사회경험이 없어서 그런건지, 것도 아님 어려서 그런건가요. 자기네들끼리 편을 가른 겁니다. 하하하...자기편이었던 제가 지네들 배신하고 저쪽에 붙었다는 식으로....얘기좀 하자 하길래 퇴근후 간단히 차 한잔하면서 내가 지금 사정이 이러이러하니, 그런 오해는 말라고 해명(?)아닌 해명을 해도 끝내 응어리를 풀지 못하더라구요.
일은 약 일주일전에 생겼어요. 컴터실 담당 선생을 마땅찮게 생각한 원장이 그 선생을 내보내려는 걸 알았어요. 게다가 그 선생이 한창 바쁜 때에 사적인 일로 여러날을 빠지게 된 겁니다. 어느날 새 알바가 왔길래, 원장한테 물었더니 컴터실 선생 오는 날 내보낼려고 한다구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교포선생이랑 나랑 사람 그렇게 내보내는 거 아니다, 이건 너무하는 처사다...극구 말렸어요.
컴터 선생 짤린 날이 오늘인데, 제가 출근하기전에 원장말만 듣고 갔더라구요. 제 딴엔 그래도 한때 친하게 어울렸고 일했던 동료니 전화 한통이라도 해줘야겠다 해서 전화했더니, 다짜 고짜 저한테 퍼붇는 겁니다. 마치 제가 무슨 모함을 해서 본인을 내보내게 한 것처럼... 너무 기가 막히더군요. 그래서 오해하는 부분이 뭐냐고 했더니 "그건 선생님이 더 잘 아실텐데요. 다시는 선생님이랑 마주치는 일 없으면 좋겠어요" 하는 겁니다. 제가 다시 말을 하려고 하자 "듣기싫다니까요.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하며 빽 소리를 지르더니 전화를 그냥 끊더라구요. 그나마 존대말이라도 하니 다행인 분위기였죠, 여차하면 '~년'욕먹는 거 아닌가 싶은 겁니다.
그동안 제가 거리를 두고 소원하게 지낸 것이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진 몰랐어요. 게다가 제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오해를 하다니... 그 선생한테 잘못한 것도 없고 본인도 직접 듣고 본게 없는데도 그렇게 오해하더라구요.
아마도 원장이 저한테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걸, 본 그 띠동갑 알바나 교포선생이 잘못 말을 전했을 수도 있겠다 이해하려 해도 참...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
이래서 나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게 편하구나...제가 엄마뻘되는 원장한테 무례하게 군 것도 새삼 생각나고... 사람은 당해봐야 자기 잘못을 알게 되나봐요.
나이 어린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값하기 참 힘드네요. 나이드는 게 정말 무서워요. 무서운 거 없고 잘못해도 어리니까 이해받았던 그런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나 싶습니다. 그 선생도 좀더 사회생활 더 하고 나이 들어 같은 일 당하면 오늘 저한테 한 행동, 조금은 반성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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