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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설움에 내가 운다.
작성자 : 슬픈 여자 조회수 : 2966 작성일시 : 6/26/2005 11:03:47 AM
초상이 났다.
올해 아흔 넷 되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침부터 동네에 곡소리가 요란하다.
상여소리도 들린다.
상여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에 가까운 슬픔을 준다.
상주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내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이 난다.
난 돌아가신 할머니를 본적도 없다.
그런데도 상주처럼 눈물이 난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의 상여가 생각나고 상여를 뒤따르던 나의 슬픔이
십삼년이 지난 지금 내 가슴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때도 그랬지.
처음엔 슬퍼서 울고, 다음엔 엄마가 불쌍해서 울고,
다음엔 엄마없이 살아야 할 내가 불쌍해서 울고, 그 다음엔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어야 했던 모든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냥 내 설움에 내가 한없이 울었었지.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대담하게 울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눈치 안보고 맘껏 울 수 있는 날.
그렇게 실컷 울고 나면 알 수 없는 후련함이 있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것들을 눈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일까?
초상은 일종의 전환점이다.
그동안 쌓인 슬픔을 털어버리는 기회이기도 하고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인생의 전환점. 난 그렇게 생각한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 생각이 난다.
이담에 우리 어머니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는 내게 남은 단 한번의 기회를 쥐고 계신다.
그 기회는 언젠가는 올것이다.
다만 아주 먼 후일이 되길 바랄 뿐이다.
죽어서 슬피 우느니 살아서 한번 더 웃을 일이다.
내가 삼십도 되기 전에 조부모님,부모님의 초상을 치루면서
깨달은 것이다.
난 세상을 다 알기도 전에 인생의 전환점을 너무 많이 돌았나 보다. 이리 어지러운걸 보면.
이 찌는 날씨에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김치찜 만들어서 초상집 일하느라 힘들었을 우리 신랑이랑
어머니랑 소주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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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2005-06-26) 걍 가슴이 쨘해서 몇글자 적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인생에 있어서 그런 전환점이라는게 없어서 오히려 더 불안하기도 하네요.. 소주한잔 하시고.. 행복하세요..
원래... (2005-06-27) 상갓집에서 가장 슬프게 울부짖는 사람은 자기 설움이 많아서 그렇다더군요...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울고싶은데 뺨때려준 격이랄까...
ㅠㅠ (2005-06-27) 시댁 작은어머님이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젊은 나이에 안됐더라구요. 혈연관계도 아니지만, 정말 슬프데요. 제사때 모여 같이 음식만들던 기억도 나구. 참 착하고 순한 분이셨는데.
맞아요 (2005-06-27) 그런 생각하면 어디가서 울기도 싫어져요, 그저 담담하게 살아야할거 같아요.
z2 (2005-06-27) 저도 인생의 전환점이 아직 없어요. 그 슬픔을 막연하게 압니다. 근데 더 나쁜건 아버지가 미워서 그 전환점이 오길 바랬던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후회하지만... 곁에 있는 가족의
공감 (2005-06-29) 님의 모든 말씀이 마음에 짠하게 남네요.늘 저도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정말 글로 표현을 잘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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