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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독
작성자 : 배신자 조회수 : 2448 작성일시 : 6/24/2005 3:13:35 PM
긴 세월 서울에서 살다가 결혼과 함께 지방으로 왔다.
처음엔 서울에 대한 향수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겨우 적응하나 했을때 더 시골인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서울이 그리웠다.서울에 있는 사람들도 그립고
편한 교통편도 그립고 문화공간도 그립고
경쟁력 있는 물건들과 서비스도 그리웠다.
그러던 중 드디어 서울에 갈 기회가 생겼다.
학교 동기들이 중국 여행을 가자고 모임을 소집했다.
아직 어린 두 아이들에게 지하철도 알려주고 태워주고
또 시골과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길을 나섰다.
커다란 배낭에는 아침에 딴 상추랑 아욱이랑 고추랑 마늘쫑이
한가방 가득 들어 있었다.
서울 가는길에 서울 사는 큰시누에게 갖다주고 싶어서 양껏 채웠다.물론 이만큼 키웠다고 자랑삼아 가져가는 것이다.
큰시누를 만나서 야채를 주고 바로 나와서 후배를 만나
백화점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애들 실컷 놀게 해주고
시골 슈퍼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규모의 쇼핑센터에서
장도 보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저녁 모임까지 참석하고 밤이 늦어서야 데리러 온 신랑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나는 어떻게 서울에서 살았지?'
한동안은 서울에 가고싶지 않을거 같다.
일단 서울에 도착한지 두시간쯤 지나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그 두통은 자고 난 오늘 아침에야 겨우 사라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울은 조용한 곳이 한군데도 없는거 같다.
온통 소음 투성이다.
적막강산인 산골에서 살다 가서 그런지 더 심하게 느껴졌다.
어디를 가도 차분한 분위기가 아니고 정신이 없었다.
난 후배를 따라 다니며 멍한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길잃은 아이처럼 헤메기만 했다.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어이없고 싫고 바보 같았다.
시골은 낮에 아무리 더워도 해가 지면 시원해 지는데
서울은 밤 10시가 넘어도 후덥지근 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오는데 양지를 지나니 그제서야
바람이 시원하기 시작했다.
아!나도 이제 산골에 중독 되었나보다.
한때는 서울에 중독 되어 매일 서울 타령만 했는데
어느새 산골에 중독 되어 그렇게 그립던 서울이 한없이 낯설기만 하니 이 무슨 조화속이란 말인가?
이젠 내가 서울에 갈것이 아니라 서울 사람을 오라고 해야겠다.
아 정말 무섭다 서울.
한동안은 서울이 그립지 않을것이다.
그 말을 듣고 우리 어머니 흡족한 미소를 띄우신다.
내가 너무 오랫만에 가서 그런가?
자주 가면 아마 충격이 덜 하겠지?
겁나서 도망가지 말고 익숙해지게 자주 다닐까?
그렇다고 내가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포기할순 없잖아.
어떻게 해야 다시 서울을 사랑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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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 배신자 2005-06-24 2449

상하엄마 (2005-06-24) 그기분 충분히 이해해요^^* 저두 요즘 공장텃밭에 상추,고추,방울토마토 키우면서 얼마나 행복해하나 몰라요~
그리운 고향 (2005-06-27) 전라도광주사는 내 친구도 서울에서 연수받는 동안 넘 힘들었다 하대요. 돈 주고 살라해도 못살겠다구. 저도 내 고향 광주로 내려가고파요. 광주가시골은 아니지만 훨 여유롭거든요.
달콤한공기 (2005-06-30) 저도 경기도에 이사온지 어언 십년 울면서 이사왔는데 지금은 서울 갔다올때마다 이사하길잘했지 생각해요 충분히 이해가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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