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id   pw
 
 
[비밀번호 찾기]
 
 

현재위치 : HOME > 게시판 > 푸념털어놓기

제목: 도덕선생의 가출
작성자 : 시골아줌마 조회수 : 2504 작성일시 : 6/20/2005 10:33:59 PM
신랑이 날보고 도덕선생이라고 한다.
매일 도덕선생 같은 말만 한단다.
그래서 내 말을 듣다가 가끔 충격을 먹는단다.
그렇다.난 언제나 모범생이다.
학교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생기길 그렇게 생겼나 보다.
내 딸을 보면 그것이 천성이란걸 알 수 있다.
큰딸이 나랑 똑같이 고지식해서 어느 순간엔 가슴이 탁 막힌다.
엄마가 그랬지.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내 맘 알테니."
난 벌써 엄마 마음을 알아버린거 같다.
가슴이 아프다.

그건 그렇고.
내가 가출을 했다.
우리끼리 사는것도 아니고 시어머니도 계신데 가출을 했다.
물론 어머니께는 친정에 간다고 말씀드리고
신랑한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친정에 갔다.
신랑한테 서운한것이 길어지니 미워지고 또 더 길어지니
화가나서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어머니 얼굴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와락 부등켜안고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가야하니까.
2박3일이면 될거라고 말씀드리고 태연한척 농담을 던져가며
현관문을 나서는데 눈물은 뚝뚝 떨어지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코미디였다.길떠나는 내모습.
언니네 집에 가서 잘 놀고 있는데 신랑이 자꾸 전화를 했다.
언제 오냐구.엄마가 반찬도 안해주고 빨래도 안해준단다.
그리고는 간김에 속옷이랑 운동화를 사오란다.
아이고 속도 없지.가출한 마누라 한테 할소린가 그것이.
난 시골에 없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일년에 한번 할까말까하는 파마도 하고 수다도 실컷 떨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시골에서 도시로 놀러 갔더니
언니 친구가 와서 야외로 밥을 사주러 가는거다.시골로.

어쨋든 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예고도 없이.
우리가 오는것을 본 신랑이 마당까지 나오고 어머니도
현관문을 열고 맞이해 주셨다.
어찌나 반가워들 하는지 가출을 한게 아니라 어디 여행을
다녀오는거 같았다.
속없는 신랑이랑 사는 속없는 나는 가출 전리품으로
어머니 옷이랑 신랑옷을 사다가 함박웃음을 짓는 품안에
안겨 드렸다.
가출에서 돌아온 마누라에게 아이처럼 매달리는 신랑.
다시는 어디를 가더라도 당일로 다녀오란다.박은 안된다고.
에구 이래서 연하남편이 힘들다고 하는가보다.
에구 내9자야.

가출이 무섭긴 무섭다.
내가 가출에서 돌아오자 마자 지적을 한 하수도 공사를
(작년 가을부터 미루고 있었음) 신랑이 마무리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출이 가출로 인식되지 않은거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것은 무슨 이유?


관련글
     도덕선생의 가출 시골아줌마 2005-06-20 2505

(2005-06-21)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가출이셨네요 행복하게 사세요
(2005-06-21)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가출이셨네요 행복하게 사세요
가출???? (2005-06-21)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시는 말씀 같네요...왠지....
음.... (2005-06-21) 혼자만의 속앓이였던거 같은데여? 주위사람은 아무것도 못 느끼고 있는듯.~
부럽네요 (2005-06-22) 저도 그런 가출해봤스면 좋겠어요. 마음 편히 갈곳이 있다면, 저의 남편은 혼자 가는걸 용서 못하거든요. 부럽네요.그래도 행복한분 입니다.
반가와요 (2005-06-22) 오랜만에 글 올리셨네요...그동안 좀 힘드셨나봐요..그래도 언제나 씩씩하신 거 같애서 부럽네요 ...홧팅*^^*
에궁! 부러워! (2005-06-23) 나도 언니가 있었음 좋겠다. 가출해서 친정가면 우리 엄마 노심초사 잔소리 땜에 맘 편히 있을수도 없구.


ⓒ2001~2025 가계부닷컴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

후원금 계좌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