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결혼식에서 보고 처음이다.
정말 오랫만이다.
그 친구는 단독주택 오십평을 지어서 잘 살고 있다.
보기에 참 좋았다.
신랑이 돈도 잘 벌고 많이 아껴주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난 그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와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물어 봤다.넌 나랑 재미있던 기억이 있냐고.
없단다.그러면서 그런다.넌 옛날에도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엄마한테 정말 효녀 였다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하러 가느라 자기들이랑은 놀 시간이
없었단다.난 기억이 별로 없다.다만 다른 친구들은 나보다
일을 안했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내가 그렇게 일을 많이 했는지 그렇게 일을 잘했는지 그것도
난 잘 모르겠다.
그땐 다 그러고 사는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서 그 얘기를 들으니
가슴 한켠이 아프다.
저녁에 신랑에게 그 얘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인다.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고향에서는 아직도 난 살아있는 전설이란다.
그런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거나 뿌듯한게 아니라
난 가슴이 아프다.목이 메인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다 그렇게 사는줄 알고 푸념하거나
거부할줄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는데
옛추억을 같이 더듬어 볼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고향 친구와는 같이 나눌 추억거리가 변변치 않고.
친구를 만나 즐겁고 좋았는데 그 친구의 아련한 기억하나가
나를 슬프게 한다.
갑자기 힘들던 지난 시절이 생각나고
그 시절의 절망도 희망도 같이 밀려온다.
그래 내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것은 다 지난 시절의
밑거름이 있었기 때문이야.그래 그런거야.
난 지금 행복하니까 됐어.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날려고해.
그 친구가 하나도 부럽지 않을만큼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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