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랬던가...언젠가 나이 먹으면 그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이 많아진다는 것에 대해...덜 성숙한 미국인 친구에게 떠듬 떠듬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애써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내나이 33. 결혼 5년차다.
남편은 애를 원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에 대해 거부하는 것 같다. 비단 그 짐이 자신만 짊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전통이 짙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집한칸 번듯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남의 귀한 딸 데려온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이해하면서도 그런 남편이 원망스럽다.
나... 내 욕심대로 신랑감 찾았다면 의사가 부러웠겠냐마는 깡촌 시골에서 자랐어도 내가 알아왔던 남자들과 사뭇 다른 울 신랑...그래서 나는 부모 반대 반대 무릅쓰고...심지어 울 시부모...서울의 번듯한 대학까지 나온 내가 왜 깡촌으로 시집오냐 하는 시부모의 의구심을 참고 울신랑과 결혼했다.
천만원으로 시작한 살림...젊어서 두려울 건 없었다.
집 얻을 때 얻은 빚 2000만원을 1년만에 갚고...그러나,
결국엔 울 친정 빌라로 이사왔다.
결혼 이후, 쉴새없이 맞벌이 했지만 결혼전 남편의 빚을 겨우 갚고 6000만원 모았다.시부모님들은 아기 태어나면 알아서 먹을 거 갖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자신이 없다(요즈음 어디 그럴 세상인가. ). 남편은 그냥 우리 둘이 재밌게 이대로 살기 원한다고 한다. 난 모르겠다.
게다가 남편은 얼마전 소위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회계회사(삼*회계법인)에 다니던 대학동창이 함께 중국으로 유학가자는 말에 혹하는 눈치다. 그 사람이야 싱글이고 돈벌만큼 벌어서 가는 거지만 우리와 그 처지가 비교될 것인가.
더욱더 그 유혹에 혹한 것이 요즈음 남편이 다니는 회사(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안되었지만 정부쪽의 비호를 받는 회사라 정년이 보장됨)에서 남편에게 일을 몰아, 원형탈모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원형 탈모증에 시달리는 남편이 안되긴 했지만, 이미 가정이 있는데 어떻하랴. 회사 옮기고 싶다는 남편을 살살 달랜다. '정 옮기고 싶으면 다른 회사를 알아본 후 그만두라'고...하지만 남편은 또다시 몇달 쉬고 싶다고 한다. 나는 자그마한 학원 영어강사다. 내가 돈을 벌어서 인가. 내 월급으로 둘이 생활은 하고 남편의 월급으로 저축하는 데, 대략 둘이 합쳐 400이 좀 넘는 수준이다.
누구 말마따나 아이가 없어서 남편이 할랑, 할랑 해진건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가끔 남편이 몇개월 쉬고 싶다던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던가 할때면 불안하다. 아직 서로 아이를 원하지도 않고, 또한 낳을 형편도 안되는 데....만약 남편이 아이를 강요한다면 못 이기는 척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아이가 없으면...우리의 앞날은...모르겠다.
어카지...
저에게 정신차릴만큼 아픈 채찍질을 해주세요. 견딜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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