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살된 딸아이가 있다.
다섯살된 큰 딸과 연년생이다.
난 이녀석 때문에 요즘 고민이다.
호기심도 많고,고집도 세고 또 자립심이라고 해야 하나
뭐든지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말썽도 심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나름대로 변명도 하고
벌을 세워도 그때 뿐이고 금방 다른 말썽을 피운다.
요즘은 날씨도 서늘한데 얼마전 부터는 틈만 나면
옷을 다 벗고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
화장실 세탁실 안가리더니 어제는 윗집 마당에서 목욕을 하는
바람에 윗집 아저씨랑 우리 어머니 기절하시는 줄 알았단다.
저녁에
작은 아이가 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의견속에 도라지 얘기가 나왔다.
지난번 작은 아이가 기침을 할때 어머님이 산에서
오래 묵은 도라지를 캐다가 삶아서 그 물을 아이에게 먹였었다.
그 후로 기침은 사라졌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님 말씀이 그 도라지가 아주 오래된것이라서
아이가 그걸 먹고 몸에서 열이 나는거란다.
글쎄 그것도 그럴것 같았다.워낙 크고 실한 도라지였으니.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우리 신랑 나보고 한소리 한다.
그 좋은걸 신랑 먹일 생각 안하고
저 튼실한 작은 딸을 먹였냐고.
자기도 요즘 기운 없는데 그 도라지 먹었으면 기운 좀 날것을
그러면서 아주 아쉬워 하는 눈치다.
참 할말이 없었다.
일요일인 오늘은 아침 부터 신랑과 작은 아이의 전쟁이다.
둘의 고집 사이에서 나까지 속이 상한다.
한바탕 벌서고 울던 작은 아이는 잠이 들었다.
그 옆에서 신랑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렇게 호기심과 고집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
순해지는 방법 어디 없나?
아니 부드럽게 잘 지내는 방법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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