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황사가 온다.
그래도 집앞의 복숭아 나무는 꽃을 피운다.
조금 일찍 심은 아욱은 추운 날씨에 얼어버렸다.
그래도 다시 살아나서 열심히 크고 있다.
밭에 옮겨 심은 감자는 시들어 늘어지더니
어젯밤 비를 맞고 다시 싱싱하게 살아났다.
며칠전 심었던 열무가 드디어 어제 싹을 틔웠다.
앙증맞은 떡잎이 흙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누런 황토흙 사이에 오밀 조밀 고개를 내민 초록빛 열무싹을 보자니 혼자 보기 아깝고 너무너무 귀엽다.
모판에 심은 콩은 어제 아침에 봤을 땐 떡잎이 나와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잎이 많이 자라 있었다.
하루 하루 다른게 아니라 아침 저녁이 다르게 자라고 있다.
담밑의 취나물은 오늘 저녁 식탁에 올려도 될만큼
많이 자라 있었다.
매일 매일 둘러 보는데도 매일 매일 놀랄 일 뿐이다.
윗집 아주머니는 벌써 홑나물을 뜯어다 드셨다는데
홑나물을 알아야 나도 뜯으러 가지.
홑나물은 나무에서 새순이 나자마자 훑어다 먹는 나물이란다.
어떤 나무에서 순을 훑어야 되는지를 모르니 가도 소용이 없다.
주변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은 말 한번 잘못하면
바보가 된다.
모르는 나는 모르니까 묻는 것인데
아는 우리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맹한 며느리 덕분에
속이 답답하다 못해 에구 소리만 연발하신다.
나도 내년이면 좀 똑똑해 질 수 있을까?
시골에 산다는것은 보기보다 어렵다.
그러나 재미는 있다.
어제 어머니께서 품앗이를 가셨다.
가보니 같은 동네에 젊은 애기 엄마가 품앗이를 왔더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럼 나도 다녀도 되겠다.할줄 아는게 없어서 그렇지
가르쳐만 주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그랬더니 우리 신랑
"나 그러면 집 나간다."
우리 어머니
"너 벌써 부터 그런데 다니면 안돼"그러신다.
그럼 그런 일 다니는것도 시기가 있는건가?
시골일이 어려우니까 못하게 하려고 그러시나?
어쨋든 난 잠깐동안 부업거리 찾았다고 쾌재를 불렀다가
말았다. 가르쳐 주면 잘 할 수 있는데........
한달에 열흘만 일해도 그게 어디야?
에구 머리속에 계산기 두드리다가 지워 버렸다
거칠게 부는 황사바람이 상추덮은 비닐을 훔쳐가 버렸다.
아직은 비닐을 덮어야 하는데.
상추가 얼면 안되는데
너 황사바람 썩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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