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어제
형님댁 '모판에 볍씨넣기'를 도와 드렸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안하던 일이라서 처음엔 서툴었는데 하다보니 할만했다.
내가 신랑을 얼마나 아까워(?)하는지 아시는 어머니는
일요일 아침에 내게 말씀하셨다.
"나 밥먹고 저아래(형님댁)좀 가야겠다."
"왜요?"
"볍씨 넣는 대더라."
"그럼 같이 가면 되지요.같이 가요 어머니."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얼굴에 화색이 돌고 금방 기분이
좋아서 춤만 안추셨지 덩실 덩실 하셨다.
예전에
어머니는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고생한 신랑이
일요일에는 형님댁 일을 거들어 주시길 바라셨다.
난 일요일에 신랑이 쉬길 바랬었다.
그래야 다시 일주일을 버틸수 있으니.
그래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었다.
농부는 쉬는 겨울이 있고 비오면 쉴수 있지만
회사는 눈이 쌓여도 걸어서라도 가야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쉴수 없다고 오직 일요일 밖에 쉬는 날이 없으니 쉬게 해달라고.
그 뒤로 어머니는 도와주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물론 그래도 모내기 할때랑 벼베기 할때는 도와 드렸다.
그때가 제일 바쁘고 힘들때니까.
멀리 살때는 그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동네에 살고 있으니 사정이 다르다.
쉬어도 마음이 불편할것 같다.
그래서 힘든일 할때는 내가 도와드릴려고 한다.
물론 서툴긴 하겠지만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나라고 못할것도
없지 않은가.
나도 잘할수 있다 아니 잘할것이다.
나는 일도 배우고 신랑도 아끼고 어머니 마음도 흐뭇하게
해드릴수 있는 한가지를 찾았다.
일요일에 아주버님이 아주 좋아 하셨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웃어가며 일을 하니 힘든 일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졌다.
신랑이 아주버님의 힘든일을 도와주니 아마 아주버님이 제일
수월하셨을 것이다.
오늘 신랑의 컨디션은 별로였다.힘들어서.
그래도 마음은 가벼웠을 것이다.
내 신랑이지만 착한사람이다.
그래서 더 아껴주고 싶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버님 산소의 풀을 뽑고 왔다.
벌써 삼일째 뽑는것인데 겨우 마무리가 됐다.
애들을 종일 산소에서 놀게 했더니 큰녀석은 코피를 쏟기도 했다.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일하는 어른도 힘든데 노는 애들은 더 힘든가 보다.
돌아오는길에 활짝 핀 동백꽃도 보고 개나리며 진달래도 보았다.
엊그제 내린 단비를 맞고 꽃들이 만개한 모양이다.
내일은 뒷동산에 올라 아이들에게 꽃구경을 시켜야겠다.
|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