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신랑이 감기에 걸렸다. 콧물만 나와도 누워 버리는 엄살쟁이 신랑. 역시 자리보전하고 누우셨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쑥국이나 끓여 줘야겠다." 쑥을 뜯기엔 아직 이른 때라서 양지바른 집 뒤 언덕에서 부지런한(?) 쑥을 골라 겨우 국을 끓일 만큼 뜯었다. 쑥된장국을 정성을 다해 맛있게 끓여 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신랑.얄밉다. 월요일인 어제 장날이다. 시골 오일장에 가면 살것이 있어서 애들을 이끌고 택시 타고 버스 갈아 타고 장에 나갔다. 이것 저것 살것들을 사고 나오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무쇠솥. 물론 샀다. 집에 와서 무쇠솥 길들이기를 하고 밥을 지었다. 고슬고슬한 밥.바로 이 맛이야. 밥 맛이 정말 예술이다. 큰 녀석은 누른밥을 아주 좋아 해서 대놓고 자기가 먹는단다. 작은 녀석은 누른밥은 안먹는데 쌀뜨물로 끓인 숭늉을 다 먹을 기세다. 어머니도 별 말씀은 안하시지만 숭늉을 드리면 드리는대로 다 드신다.많이 먹힌다고 하신다. 문제의 우리 신랑.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쌀이 모래알 같다더니 무심결에 한마디."진짜 밥 맛 좋다." 쌀이 모래알 같아도 맛은 느끼나 보네. 난 안그렇던데. 식구들이 모두 밥을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단,쌀이 헤프다.밥 먹을거 다 먹고 누른밥도 먹으니 당연한것이지만.그렇다고 밥을 적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엄살쟁이 신랑이 오늘은 월차를 써서 집에서 쉬었다. 내가 보기엔 다 나은거 같은데 절대 안나았단다. 그래도 신랑인지라 또 쑥을 뜯으러 갔다. 냉이랑 민들레 나물은 지난번에 캐서 먹었기 때문에 자꾸 쑥이 마음을 이끈다. 일요일에 뜯고 어제 하루 지났는데 쑥이 많이 커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 보다는 적게 뜯었다. 점심 시간이 촉박 하기도 하고 애들이 내의 바람에 따라와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군대에서 된장국에 질렸다는 신랑을 생각해서 쑥버무리를 하기로 했다. 물론 버무리는건 어머님이 하셨다. 한참을 찜솥에 쪄내니 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쑥버무리. 이제 갓 나온 애기 쑥이라 아주 연하고 향이 싸악 퍼지는게 아주 일품이었다. 모래쯤 다시 쑥을 뜯으러 갈 참이다. 저녁때, 지난번 살던 동네 애기 엄마가 전화를 했다. 토요일에 쉰단다.오라고 했다. 무쇠솥밥에 쑥버무리에 묵은 김치찌개를 해줘야지. 아마 우리집에 눌러 산다고 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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