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 앞으로 조그만 하수가 흐른다. 하수도 옆은 앞집의 밭이다. 하수도의 한면은 우리 마당이고 한면은 앞집 밭인것이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서 지대가 높아져 하수도의 한면에 벽을 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안그러면 마당이 자꾸 내려 앉을 테니까 일요일인 어제 공사를 하기로 했다. 집 주변의 돌을 주워다 벽을 쌓는 중이었다. 앞집 아저씨가 오시더니 다짜고짜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하수도의 폭이 좁으니 당장 돌을 걷어 올리라는 것이다. 우리 생각에는 그정도면 넓지는 않지만 물이 넘칠 정도는 아니기에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예전에 우리 집 뒤로 커다란 하수관을 묻기 전에는 물이 많아 넘치기도 했었단다. 그것도 비가 아주 많이 오는 장마철에나 넘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집 뒤의 하수관으로 물길이 분산되므로 그전처럼 넘칠일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 다닌 5년간 이 하수도에 물이 반이상 차서 흐르는 것을 본적이 없다. 지금은 거의 말라 있다. 하수도와 그 옆의 밭둑길 까지 우리 땅이다. 그 아저씨가 큰소리 칠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자기네 밭을 조금 양보해서 넓은 하수관을 놓으면 되는거 아닌가 왜 자기땅은 아까워서 밭둑길까지 곡물을 심어먹으며 내 땅을 아낌없이 자기를 위해 아니 자기의 밭을 위해 내놓으라는 것인가. 평소에 양심적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그런가 하고 미안하기라도 하지. 욕심은 욕심대로 다 부리고 다니시는 분이 그러니 어이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우리 어머니가 좋은게 좋은거라고 바른 소리도 안하시고 남이 하는대로 두고 보시는 분이라서 그러는 것인지. 큰소리 칠거나 안칠거나 큰소리 치고 다니시는 그 분 때문에 여린 내 마음이 상처가 크다. 내가 한겨레 신문 보는걸 가지고 조선일보 안보면 큰일날 것처럼 신문 바꾸라고 하지를 않나. 이 근방은 조중동과 한국일보 밖에 배달이 안된다. 그래서 굳이 우편으로라도 받아 보겠다고 신청해서 보고있구만. 동네 안에 축사를 가지고 소를 먹이는 집이 있는데 여름에 파리 모기에 냄새 때문에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오죽하면 그런소리 들어가며 그냥 먹이겠냐고,그럴만한 사정이 있는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아저씨 나보고 큰일날 사람이란다.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문제란다. 그날, 나 문제 많고 생각 없는 몹쓸 사람 되어 버렸다. 앞집 아저씨 자기가 돈 들여 하수관을 묻는단다. 아마 우리 마당쪽을 파서 묻을게 뻔하다. 가질만큼 가진양반이 그 욕심때문에 동네에서 뒤로 욕하는 줄 모르고 기세가 등등하다. 그래서 오늘,어제 쌓다 말은 뚝을 허물어 다시 쌓기로 했다. 워낙 큰 돌들이라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어제는 꿈쩍도 안하던 돌들이 내 마음을 아는지 그래도 움직였다. 어머니께서는 힘자랑 하지 말고 그만 두라고 성화셨다. 그 와중에도 내가 한마디 했다. "엄니 그래도 다행이에요" "왜?" "며느리가 힘세서" 우리 어머니 윗집 아주머니랑 박장대소를 하셨다. 반쯤 허물고 있는데 앞집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오늘은 큰소리 안치시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할테니 돌 치울것 없이 그만 두란다. 하수관 대금도 다 지불했고 오늘 당장 물건을 가져 온단다. 돈 쓰는것은 자유지만 내 마음은 그래도 불편하다. 어제 그 아저씨의 행동을 이해 할수도 없고 말리는 어머니 때문에 할소리 못해서 억울하기도 하다. 하루 이틀 보고 말것도 아니니 험하게 나가기도 그렇고 내가 나서서 바른소리 해봐야 어린사람이 어른 대우 안한다고 나만 역공을 당할것이 뻔한데 이 답답함을 어디에 하소연 하나. 가계부. 사실 너무 가계부에 들락거리는거 같아 당분간 컴을 안켤 생각이었는데 결국 이핑계로 또 켰다. 조용히 상의 해서 해결할 일도 이렇게 큰소리 치고 감정을 앞세우니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긴다. 우리 신랑 아침에도 속상해 하면서 출근했다. 신랑이나 어머니나 다 남에게 싫은소리 못한다. 바른소리 할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참는다. 결국 내 몫도 못찾을 때가 많다. 나도 좀 소심한 편이고 내 몫 다 못찾아 먹던 사람인데 신랑 만나 용 됐다. 이번 이 하수도 문제는 우리가 조용히 있으면 그럭저럭 넘어 가겠지만 말을 해야할 상황이 오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지적도에도 없는 하수관을 자기가 놓아준다며 생색을 내는데 난 지적도에도 없는 하수관을 위해 적지 않은 땅을 내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하수관이 없으면 앞집 밭은 홍수가 날수 있지만 우리는 피해를 입을 것이 없다.지대가 높고 뒤로 큰 하수관이 있으므로. 누가 큰소리 쳐야 될 상황인가. 사실 큰소리 치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다. 무엇이 모두를 위해 최적이냐 이것이 중요하다. 나도 억울하지 않고 밭도 피해를 보지 않는 그 지점을 찾는것이 중요한데 자기 혼자 독단으로 처리하는 그 아저씨가 자꾸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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