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마당 한켠엔 조그만 텃밭이 있다. 그 곳엔 감나무 사이로 긴 빨래줄이 매여 있다. 빨래줄 아래로는 커다란 양은솥이 간이 아궁이 위에 턱 하니 앉아 있다. 화단만큼이나 아담한 그 텃밭엔 없는게 별로 없다. 일단 살짝 숨어 있는 산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산삼을 캐다가 그 곳에 심었고 그 산삼의 씨를 받아서 다시 심은 것이다. 원래의 그 산삼? 큰 아주버님이 꿀떡 하셨단다. 산삼은 어머님이 캐오신 것이다. 어머님은 그 뒤로도 산삼을 캐오셨다.물론 나도 한뿌리 먹었다. 산삼은 특성상 무리를 지어 나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뿌리를 캐오셨었다.물론 식구들이 다 먹었다.소문 안나게. 팔까도 생각했지만 사먹지도 못하는거 있을 때나 먹자는게 어머니와 우리의 생각이었다. 또 하나, 가을이면 매혹적인 향기로 나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더덕. 산에서 더덕을 캐다가 한번 심어 놓으면 다음은 스스로 알아서 씨 뿌리고 크고 다 한다. 또 하나, 한약재로 쓰이는건데 아기 낳고 닭이랑 먹으면 끝내 준다는 잔데(들어는 봤는데 표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산에서 캐다 심었다. 또,취나물도 있다.달래도 있고.딸기랑 까막사리라는것도 있다. 까막사리는 작년 가을에 우리 애들이 무지 잘 먹었던 열매다. 간에도 좋고 체한데에 좋다고 약재로 쓰인다는데 달큰한 맛 때문인지 애들이 너무 잘 따먹었다. 또,쪽파랑 대파. 대파 옆 땅 속에는 묻어둔 무우가 있다. 텃밭 뒤로는 오래된 담장이 있는데 그 너머에는 우리 것은 아니지만 아주까리 나무가 서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머님의 손끝을 거쳐 텃밭의 풍경은 조금씩 변해간다. 오늘도 어머니는 쪽파밭의 풀을 뽑고 계신다. 오늘 아침 이 평화로운 작은 텃밭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 졌다. 딱따구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감나무 옆 오래된 담장에 커다란 통나무 하나를 기대어 놓았었다.그 나무가 썪기 시작하니 딱따구리가 벌레를 잡아 먹으려고 나무를 쪼아댄 것이다. 그런데 쪼아도 너무 쪼은 것이다. 나무 중간이 웅덩이가 파인 것처럼 그렇게 푹 패여 있었다. 너무 놀란 어머님이 딱따구리를 쫒아 버렸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이 겁없는 딱따구리가 그 맛난 감을 우리에게 안겨 주는 감나무로 이동한것이다. 그 감나무에서 열리는 감은 이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기똥찬 감인데 그 감나무를 쪼는 것이다. 잠깐 그러다 날아 가겠지 하고 아무리 기다려 봐도 이 녀석은 갈 생각은 안하고 나무가 부러져라 쪼기에 열중하는 것이 아닌가? 네식구가 몽땅 나가서 그 녀석을 쫒아 버렸다. 괘씸한 녀석.그 감이 어떤 감인데. 가끔씩 농담으로 그 감 맛에 반해서 시집 왔다고 하는 내 앞에서 그 나무를 쪼다니. 그 감나무를 살리려고 내가 살 집도 비켜서 지었건만. 딱따구리를 보내고 들어오는 길에 어머님의 한말씀 "고거 쬐끄만게 겁나게 뚫어 놨네.감나무 죽일뻔 했잖어" 지금은 우리의 위대한 감나무 따사로운 봄볕을 한가로이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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