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놀란 나의 잠버릇에 대해 한번 들어 보실랍니까?
그럼 한번 들~어 봅시다.
혼자 자취하면서 열심히 살던때,
난 큰 대자로 편히 누워서 반듯한 밤을 보냈다.그렇게 알았다.
어느날 조카와 함께 잘일이 생겼다.
혼자 자기에 익숙한 나는 걱정이 되었다.
신경쓰여서 '잘 잘 수 있을까' 하고.
그런대로 잘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조카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경외로운 눈초리였다.
"이모 나 어젯밤에 무서워 죽는줄 알았어."
"왜?"
"자다가 일어나 보니까 이모가 방바닥에 엎드려 뭘 보고 있잖아
그래서 이모 뭐해? 하니까 대답이 없는거야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이모 자는거 있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이고~"
조카가 말한 포즈는 방바닥에 엎드려 공부하는 포즈였다.
참 하기 어려운 포즈 아닌가.
그 후로는 오랫동안 이 비밀스런 잠버릇이 공개될일이 없었다.
왜? 혼자 살았으니까.
결혼하고 잘 살았다. 아무일 없이.
왜? 신랑이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내 신랑.피곤해서 잠이 많은가 걱정되어 들판을 돌아다니며 돌미나리 뜯어다가 생즙 해먹이고 간에 좋다는 것들
이것 저것 해 먹였더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거기 까진 좋은데 밤에도 잘 깬다는 것이다.
잠자다가 깨어나면 내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다 좋다 이거지.
왜 내 잠버릇을 알아 버렸냐 이거야.
오늘 아침에도 내게 한마디 한다.
"자면서 신랑 괴롭히니까 좋아?"
"내가 뭘?"
"자다가 턱을 괴고 나는 왜 쳐다 보는건데?그럴때마다 섬찟해.
당신도 한번 겪어봐 얼마나 무서운지.
자다가 공부하는것도 모자라서 이젠 자는 사람 얼굴 빤히 보기를 하네 아이구 참내."
"내가 고3때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지금까지 그 후유증이 남아 있겠어.자기는 나처럼 공부 열심히 해봤어?"
되지도 않는 항변을 해본다.
속상하다.
나도 우아하게 자고 싶다.
잠버릇은 나의 의지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게 매일 그런것은 아니라는 거다.
어쩌다 한번씩 그 희귀한 자세로 자다가 깰때가 있는데
나도 놀란다.
어머니까지 한몫 거드신다.
"오늘 니 잠버릇 얘기 했냐?"
"지금 쓰러 가요."
다 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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