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우리만의 성찬이었다. 낮에 캐온 냉이를 반은 삶아서 고추장에 무치고 반은 멸치 다시마 국물을 내어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된장국을 끓였다.달착지근한 그 맛이 정말 예술이었다. 씀바귀는 삶아서 무칠까 하다가 쓴 맛이 사라질까 싶어 그냥 생으로 고추장에 무쳤다. 입안 가득 퍼지는 그 쌉싸롬한 맛과 향! "신이시여 이 반찬을 과연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나의 너스레에 웃음을 참으시는 어머니. 사실 된장국은 내가 끓이고 나물은 어머님이 무치셨다. 물론 일하느라 늦게 오는 신랑의 몫은 남겨 두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오늘 아침. 어제 저녁의 비장의 반찬들을 신랑상에 차려 놓았다. 냉이국은 맛도 안보고 냉이국에 냉이 무침이 뭐냐고 투정을 부리는 내 신랑. 자기위해 기꺼이 남겨 줬건만. 그냥 우리끼리 다 먹을걸 그랬지? 그래.오늘 딱 걸렸어. "어머니 오늘은 커퓨터에 신랑 흉좀 봐야겠어요.흉볼일 없어서 흉은 안보고 살았는데 오늘 딱 걸렸지 뭐" "네 잠버릇도 쓰는거냐?" 우리 어머니.아들 흉본다는 소리에 태클을 거시네. 아무튼 나는 오늘 삐졌다. 컴을 켰다.전화벨이 울렸다.신랑이다. 낮에는 전화를 안하는 사람이 오늘은 왠일이지? 미안하단다 저녁때는 웃으면서 보잖다. 어머!사랑한단다.왠일이니! 이 나이에 사랑한다고 까지 하는데 봐 달란다. 그래서 웃었다.풀린거지 뭐.물론 나도 속없이 사랑한다고 했지. 한참 이걸 쓰고 있는데 회관에 가셨던 어머님이 오셨다. 콩죽을 쑤어 드신다고 나가셨었다. 두 손에 콩죽을 들고 오셨다. 솜씨 좋으신 어머님이 콩죽을 혼자 쑤어서 동네 어르신들 다 드리느라 고생하셨다고 다른 할머니가 주셨단다. 먹어보니 어제의 성찬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두부콩을 불려 갈아서 쑥이랑 국수랑 쌀이랑 넣어서 끓인 죽인데 온몸이 녹아 내릴것 같은 그 고소함에 쑥의 그 향기로움!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어머니는 고생을 하셨거나 말거나 나는 콩죽의 맛에 넋을 잃었다.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며 먹기에 열중하는 나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매우 흡족한 미소를 띄우셨다. 얼마전엔 콩탕으로 나를 기절시키시더니 우리 어머니는 재주도 좋으셔라. 아침엔 신랑 때문에 삐졌었는데 점심엔 어머니 때문에 행복하다. 이 맛에 내가 살지. 요즘 내게 컴이 없다면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이 동네엔 젊은 아줌마가 없다. 다 어머니 친구들이다. 난 옆집에 놀러 갈일도 없고 어머니가 아니면 얘기 할 사람도 없다. 수다가 아주 많이 고프지만 어디 풀데가 있어야지. 다음의 미즈토크는 무섭다.무서운 얘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가계부를 매일 들른다. 나의 이 수다를 가계부의 식구들이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그래도 나의 수다는 계속될 것이다.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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