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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운 회사생활.
작성자 : s 조회수 : 2440 작성일시 : 12/16/2004 2:20:52 PM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군요.
키보드를 두드리는 저의 손가락 끝은 얼음처럼 차갑고
아랫도리에는 아침에 두르고 온 목도리를 칭칭 둘러매고 있습니다.

회사 사정이 부도 직전입니다. 어음,가계수표만 안 돌릴 뿐이지 빚이 엄청나고
인건비도 제때 안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 회사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이고 올해 나이가 29살입니다.
이렇게 날이 추워지는데 난로 하나 없습니다.
직원이래봤자 다 잘리고 저만 남았습니다.
월급 3개월치 밀렸지만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앉아 있습니다.
하는 일 외국 바이어 상담과 잡업무입니다. 커피 심부름, 은행 거래, 전화받기,
사장 시다바리 정도..
별 꿈도 없는 자리이며 돈도 몇 십만원 밖에 안됩니다.
보너스도 없고 월차도 없고 월급만 제때 나오면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왜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걸까요?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추위는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선풍기 모양의 작은 난로라도 하나 있으면 손이라도 데울텐데..
화장실도 고장나서 아래층 식당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물 길러다가 끓여 먹고
설거지도 합니다.
눈치도 보이고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용합니다.
사장은 주로 외부에서 일을 해서 자세한 안의 사정을 모릅니다.
사무실이 얼마나 추운지 알 길이 없죠.
저는 다만 설거지 할 때 따뜻한 물이 좀 나오고 우리 층에 화장실이 하나 있고
정수기 없어도 됩니다. 그저 물이 잘 공급됐으면 좋겠어요.
아침마다 걸레 빨 때 찬물이 어찌나 속이 쓰리는지..

그래도 이렇게 여유부리는 시간도 있고 만족해야겠지요?
이게 제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이 안에서 기쁜 일을 찾아야되겠죠?
남들은 그럽니다. 니가 뭐가 못나서 그런 쓰레기 같은 곳에서 일하느냐고요
그럼 저는 할 말 없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그렇다고 놀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다니면서 다른 곳 알아본다고 해서 결코 쉬운 일 아니더군요.
면접도 근무 시간에 보러 가야 하고 그렇다고 하루 쉴 수도 없고
토요일 오후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토요일 오후에 면접을 보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저의 학교 성적은 학점은 만점입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용가능한 언어는 영어와 일어 입니다. 고급은 아니지만 웬만한 비지니스 다 가능합니다.
컴퓨터 자격증 웬만한 거 다 있습니다. 매킨토시 제외하고 다 다룹니다.
하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습니다. 학점이 턱없이 높다고 도리어 핀잔입니다.
대학 때 놀지 않고 학점 관리만 했냐고..하루종일 도서관에 살았겠구만 하는 눈빛이 강합니다.
그렇습니다. 남들 놀 때 도서관에서 자료 찾고 학점 관리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만점 나왔습니다. 엠티 한 번 안 가고 축제 한 번 참여 안 했습니다.
그저 학교-도서관-집 만 다녔습니다.

자취를 하기에 생활비를 벌어서 다녀야했기에 등록금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바보 같이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혼자 일하는데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단 생각도 해봅니다.
난로 없으면 줄넘기 해서 몸 데우면 되고 걸레 빠는 물이 차갑다면
물 데워서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월급 밀리긴 해도 이제부터는 꼬박꼬박 잘 챙기면 되고...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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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2004-12-16) 곧 좋은날도 능력을 발휘할 수 멋진 자리도 생기겠죠... ^^
옮기세요~ (2004-12-16) 멀그리 망설이시는지....제가보기엔 님이 좀만 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시면 충분히 가실만한 곳은 많다고 봅니다. 저도 구직활동 해봐서 잘 압니다. 그리고 그 회사 당장 나오세요
옮기세요~ (2004-12-16) 월급도 안나오는 회사를 머하러 그렇게 다니시는지.. 저같음 그만두고 당장에 다른 직장 찾아 나서겠습니다.
진짜루옮기세요. (2004-12-16) 차라리 그런곳보단 벼룩시장에보면 한의원이나 작은병원 인포메이션 사람구해요.거긴병원경력없어도 사무볼능력만있음 가능해요.월급도 120선이구요.차라리 몇십만원받고 하신다는것보단 낫겠네요
진짜루옮기세요 (2004-12-16) 저아시는분도 고일력자이신데, 왠만한데 받아주질않는다고하더군요.고인력이니 당연히 금액을 높게 측정할거라는 회사들의 편견때문에요.하지만 정말 교차로나 벼룩시장찾아보면 님이일할곳은 많습
진짜루 옮기세요 (2004-12-16) 니다.부디부디 하루라도 한살젊은나이에 옮기세요.
아이고,,, (2004-12-16) 님 그건 미련도 뭣도 아닙니다.당장 그만두세요 뭣하러 나갑니가?
이론 (2004-12-17) 당장 그만두시고 노동부에 신고하세요..!! 글구 딴일 알아보세요..이런 안돼요ㅠㅠ 이용만 당합니다.
행복맘 (2004-12-17) 암만 불경기라고 해도 실제 사람구하는 입장에서는 없어서 고민... 님이 성실하고 합리적이라면 원하는 곳은 많답니다.
답답 (2004-12-17) 정말 회사사정이 답답하네요. 손시려운데 고무장갑하나사서 걸래 빠세요.그리고뭐든지 적극적으로 구직하세요.면접도 자신감있게 하시구요.좋은날 있을거예요.힘내요
얼른 사표 쓰세요! (2004-12-18) 기본적인 시설도 열악하거니와 일단은 회사가 더 이상 비전이 없어 보이네요. 잘못하다간 밀린 월급 한 푼도 못 받고 나오겠어요. 과감히 사표 쓰시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얼른 사표 쓰세요! (2004-12-18) 그 정도 실력이라면 갈 데 많겠어요. 학점 얘기하면 그에 알맞는 이유를 말하면 되고요, 사람마다 집안환경이 다르니까요. 기 죽지 마시고 당당하게 좋은 직장 구하세요!
힘내여^^ (2004-12-20) 힘내세요~뜻이있는곳에 길이있다고, 용기를 내시면 얼마든지 님이 가실길은 있습니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일자리는 있어요. 차라리 재충전한다구 생각하고 박차고 나와서 취업준비를 하세요
궁금이 (2004-12-29) 사는 곳이 어딘지요? 부산이면 좋겠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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