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큰 딸에게 아빠를 만들어 준 일이다....
내겐 딸이 둘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전 남편의 9살된 큰 딸과,
지금 남편의 3살된 딸.
하지만 내 큰딸 역시 지금의 남편의 딸인것은
확실하다....
내 큰딸은 아래 일기에서도 말했지만,
돌도 되기전에 아빠를 하늘로 보내,
친 아빠의 얼굴도 기억치 못한다.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세상 사람들은
나 보다는 아빠없이 평생 살아야 할
내 큰딸을 걱정했다...
하지만 난,
내딸은 아빠없이도 충분히 잘 클거라고
언제나 확신했다..
하지만, 우리아이가
커갈수록 난 왠지 모를 조바심이 났다...
어느날 우리 애가 내게 물어봤다...
" 엄마, 난 왜 아빠가 없어? "
" 왜, 아빠가 없어..... 우리 아빠는
하나님께서 계시는 하늘나라에 계시잖아..."
" 그럼, 우리 아빠 만나러 하늘나라에 갈까?"
".... 지금은 못가, 나중에 우리 애기 크면
아주 많이 크면 그때 갈 수 있어....."
" 그렇구나...."
난 tv 에서 보면 그렇듯이
아빠가 외국에 가있다던가,
멀리 출장을 갔다던가의 말이 아닌,
솔직 그대로의 말을 아이에게 해주었다.
그래서 재혼 할 무렵에도 우리 아이는
지금의 아빠가 자신의 친아빠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 가지다.
하지만, 우리 큰딸은 지금의 아빠가
정말 자신의 친 아빠처럼 너무나 잘 따른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 아이에게 지금의 아빠가 처음 아빠이니까..
나 또한 내 큰딸과 남편을 따로따로 보지않는다.
가끔 난 착각 또한 한다.
내 큰딸이 정말 지금의 남편 딸로 말이다.
하지만 그 착각은 아이가 상장을 받아올때나,
학교공책에 이름을 적을때나,
의료보험증을 가지고 병원에 갈 때 깨지고 만다.
내 큰딸의 성은 '배' 씨이고,
지금 남편의 성은 '이' 씨이다.
그리고, 내 막내딸 성은 역시 '이' 씨이다.
우리나라의 호주제에 따른 법때문에
내 딸의 성이 지금의 남편 성으로 바꿀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남편이 사망을 했는데도 말이다....
호적에는 딸로 표기가 되는데도,
성은 바꿀수가 없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큰 딸과, 작은 딸의 성은 서로 다르다...
학교에 가서도 큰 딸은 호적상의 이름을 따르기 때문에
'이'가 아닌, '배'로 불리운다.
그래서 상장을 받을때도 '배'로 적어 오기 때문에
내가 일일이 이름을 지우고 다시 적는다...
남편에게 딸애가 자랑을 하고 싶어하는데,
엄마로서 남편이 딸애의 성을 보면서
마음아파 하는 것이 싫어서....
집에서는 '이'성으로 말을 하고,
나가서는 '배'로 불리우니,
우리 딸애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엄마, 나 언제 이름 바꿔줘?"
"내 후년에 법이 개정된다니까, 그때까지만 참아...."
"빨리 바꾸고 싶다...."
이 다음에 우리 아이가 더 커서,
지금의 아빠를 친아빠로 여기는데,
이름때문에 자꾸 '친아빠가 아니었지'
라는 생각을 되새길까 마음이 아프다.
또한 막내딸이 커서 왜 자신의 이름과
언니의 이름이 다른지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난 뭐라고 해야할지....
남편또한 내큰딸을 자신의 딸처럼,
아니, 자신보다 더 귀하게 대해준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일년전에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지금은 내가 모시고 있다.
많이 건강해 지셨지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 분을 내가 모시면서,
아이들과, 남편을 보는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내 맘을 아는 내 큰딸은
할머니 목욕도 시켜드리고,
산책도 같이 해드리고,
운동도 같이 하자하고,
엄마가 집안일까지 하시자면
힘드니까 조금만 엄마일을 도우자며
할머니와 내 일을 거들어 준다.
또 할머니와 밖에 산책을 나가면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찻길쪽은 할머니가 위험하니까
안쪽으로 들어가시라며,
자신이 찻길쪽으로 들어선다....
내 9살 딸이 말이다...
내 앞에선 한참 어릿광이며,
투정쟁이이며, 고집쟁이에,
울보인데......
주위사람들이 우리 큰애를 보면
너무 말하는게 조숙하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지금의 우리집을
딸애에게 너희집이라고 칭할때가 많다.
그럴때면 우리 큰딸애가
"할머니, 여기가 왜 너희 집이에요?
우리집이지... 자꾸 너희 집이라고
하면 불편하잖아요.. 우리집이라고
생각해야 맘이 편하고, 건강해지시죠...
할머니가 건강해지셔야 우리엄마도 신경안쓰시고요..."
난 이런 큰딸애가 가끔씩은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
돌도 안된애를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나가고,
저녁 7시가 되서야 아이를 데려왔었다.
아예 늦는 날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그래서 인지 나와 떨어져 지내는걸
별로 아쉬워 하지 않았다..
그게 어쩔땐 서운 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엔 다행이기도 했다.
내가 출장을 가는 날이면
유모차에 딸을 태우고
하루종일 아버지 회사에 나두어도
유모차안에서 자고 놀고 하던 아이였다...
회사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순한 애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난 우리 큰애가 그때부터 철이 든게 아닌가 싶다....
지금의 막내딸은 2분만 내가 안보여도
날 찾아 다니기 바쁜데 말이다.
지금은 집에만 있으니,
우리 큰애가 좋다고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조금만 안보여도 어디 갔냐고
눈을 흘길때도 있다.
요즘은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친구한테
편지를 받고 고민중이다.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나....
재미있다...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커서 러브레터도 받고.
그래,
내가 정말 잘한 일이지...
내 딸에게 아빠를 만들어 준것은...
내게도 좋은 일이지만,
내 딸에게는 정말 잘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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