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지난 달 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
남편이 면허따고 운전하는거 잊어버리기전에 차 사야 한다고 해서 개운치 않은 마음이었지만, 나중에 아이 생기면 필요하다는 주위 말도 있고...깨끗한 중고차 하나 장만했죠.
차사고, 지난달 초 지방에 사시는 큰아주버님이 컴퓨터조립을 부탁해 오셔서 그거 싣고 큰 아주버님댁에 다녀왔지요. 지난 달말에 아주버님이랑 같은 곳에 사는 친구가 결혼식이 있어서 저는 남편에게 기름값도 만만치 않고 큰아주버님이 컴퓨터가 그렇게 급한 거 같지도 않은 거 같으니 친구 결혼식 겸해서 한번에 다녀오자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대신 그럼 결혼식땐 남편 혼자 고속버스 타고 다녀오기로 하고 갔지요.
친구 결혼식이 다갈올 수록 남편은 그냥 차몰고 같이 갔다오자 하고...솔직히 돈때문에 신경질 났지만, 저도 가고 싶은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다녀왔지요.
이제 기름값 많이 들어갈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엊그제 남편이 뜬금없이 이번 달 중순경에 차 몰고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다는 겁니다. 저도 결혼전부터 잘 어울렸던 친구들이라 친했었지만 결혼 이후, 수입 차이가 있다보니 어울리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친구들이죠. 돈때문에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가슴 아팠지만 살림하는 입장에서 어쩔수 없더라구요. 현실은 현실이니까...제가 화내니까, 남편은 그 친구들 말만 나오면 화낸다고 뭐라 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너 나올거란 기대는 하지 말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며...저도 가고 싶어요. 저도 같이 어울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친구들 한번 만나면 한달 부식비가 날아가는 걸 어떻게 합니까. 게다가 주제가 거의 항상 돈 얘기니까, 돈 없는 저는 솔직히 기도 죽고 스트레스도 쌓입니다. 얻어 먹는 것도 한 두번이고 한번은 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도 속상하구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까 그래 한번 보자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화내는 이유는 이번달에 그런 계획이 있었으면 지난 달에 한번에 다녀올 데를 왜 두번 갔다왔느냐 이겁니다. 제가 알기로 이번달 친구들과의 계획이 이미 한달 전에 잡혀진 거였거든요. 저는 그냥 계획만 있다길래 안가는 줄 알았습니다.
차 있으면 돈 못 모은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친정도움으로 살고 있는 건데, 전 빨리 돈 모아서 나가 살고 싶거든요. 남편은 월세라도 나가 살자 하는데, 월세 내가며 언제 돈 모아 집장만 합니까. 남편이 졸라도 차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 잘못도 있죠. 저도 솔직히 차 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차때문에 남편이랑 잦은 싸움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제가 더 돈돈 하게 된 건, 조만간 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거든요. 방문교사일인데 한 2년정도 하다보니 몸도 힘들고 남편도 이 일하는 거 싫어하고...아니 정확히는 창피해 합니다. 남편으로서 자기 여자 다른 집 돌아다니는 일 시키는 게 창피해서 그런 건지...암튼 남편회사에선 전 그냥 전업주부입니다. 남편이 인정해 주지 않은 일 한다는 게 참 심적으로 힘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본사 연구직 자리가 났었는데, 그것에 희망을 걸었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어서...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받고 있던 차에 남편이 그 얘기를 꺼내니까 저도 모르게 폭언을 하게 되더군요 생전 욕한마디 할 줄모르던 남편이 상욕을 하고...(저에게 직접적으로 한 욕은 아니지만 '시x, 정말' 이런식으로) 남편의 욕을 들으니 화도 났지만 그보다 '내가 악처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유순하고 예의바른 사람 입에서 욕이 나오게 했으니...
울 남편...참 성실하고 순한 사람입니다. 제가 주는 용돈, 넉넉치 않아도 군말없는 사람인데, 가끔은 기분파라... 수준은 높은데 생활여건이 안 받쳐줘서...항상 악한 역만 하게 되는 저도 참 힘드네요. 저사람이 뭘 모르는가 싶어 충격좀 받으라고 한 말들(이번에 그 친구 결혼식에 갔더니 다른 친구들 마누라들이 저한테 묻더군요. '친정으로 들어갔다며?'하며...전 아니라고...사는 층은 다르다고...그런 얘기들...친구들이 겉으로 웃어도 우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이사가자 하면서 정말 이사갈 마음은 있는거냐, 돈이 있어야 이사가지 않겠느냐...)이 그사람에겐 큰 상처가 되었나 봅니다. 풀 죽은 모습이 안스럽네요. 남자 기 죽이는가 싶어 마음도 안 좋고...
마음이 참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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