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금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의 간절한 청혼으로 결혼하게 되었죠. 친구들은 남자쪽 집안, 재산, 장남인지 아닌지, 학벌, 직업따위를 보던데, 순진해서인지 맹해서인지 저는 딱 두 가지만 보고 결혼했습니다. 첫째는 남편의 순수하고 좋은 성격, 둘째는 남편이 차남이라는 점. 저희 시댁은 시골에서 농사를 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시댁 사람들은 당연히 돈도없고 순박한 사람들이죠. 특히 손위 시누는 더없이 인자한 사람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손위동서때문에 둘째 며느리 역활이 너무 힘듭니다. 저는 성격이 반듯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많은 피해를 보는 편이죠. 저는 맞벌이 주부입니다. 형님(손위 동서)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님은 집안일을 아주 잘하십니다. 큰며느리감이죠. 저는 사실 집안일에 흥미도 없고 잘하지도 못합니다. 그렇지만 명절이나 시댁에 모일 때는 열심히 할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형님이 주체가 되고 저나 손아래 동서는 시키는 대로 하죠 저희 형님은 성격이 아주 이상합니다. 샘도 많은것 같고... 욕심도 많고.... 우리 시댁식구들은 형님 하자는 대로 다합니다. 워낙 사람들이 순박해서. 시숙도 너무 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명절날에는 항상 제가 2-3일전에 시댁에 도착해서 일하고 형님은 명절(설날, 추석당일) 바로 앞날 저녁에 옵니다. 그러고는 어머님과 제가 한 일에 대해서 못마땅해합니다.
저는 같이 일하면서 항상 전전긍긍합니다. 또 무슨일로 야단을 칠지. 항상 일 못한다고 구박이죠. 그리고 어머님과 시누 험담을 아주 많이 합니다. 근데 시누 한테는 또 제 험담을 하는 모양입니다. 시누도 형님이 너무 강한 성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런건 다 좋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참을 수 없는건 장남이라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장남으로서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부모도 이제 연로하시고 모아 놓은 재산이 없기때문에 (그동안 형님 장사한다고 많이 도와주셨음 이젠 자식들이 부양을 해야하는데, 자기는 못 모시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그렇다고 생활비도 드리지 않습니다.
효자인 우리 남편이 저 알게 모르게 수시로 드립니다.
저희 형님은 돈 없다고 죽는 소립니다. 그렇지만 한번씩 집에 가보면 가전제품도 수시로 새것으로 바뀌고... 아주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자가용도 중형차로 바꿨습니다.
우리는 맞벌이라도 둘다 월급이 워낙 쥐꼬리라(직업상) 만원 1장이 어려운데..... 그래도 시댁가면 꼬박꼬박 용돈에, 시동생 결혼할때 마침 적금 탄 돈 300만원 주고, 시댁에 행사 있으면 형님이랑 돈 똑같이 부담합니다. 우리 결혼할때 전세금이 모자라 쩔쩔맬때 시숙은 한푼도 도와주지 않고 자가용을 사더군요.
결혼후 3년뒤 시어머니 위암수술시 우리 신랑은 직장은 팽개치고 병실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5년도 매달 시골에서 모시고 와서 정기점진하고 다시 시댁에 모셔드렸습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시숙은 한번도 그렇게 안했습니다. 그 치료비도 신랑이 다 부담하고 영수증은 형님 드립니다(연말정산땜에, 장남이기 때문에)
결혼 한지 13년동안 형님이 부담스럽고 시댁만 갖다오면 남편과 싸웁니다. 저희 시어머님도 시골 사람이라 말을 세련되게 하지 못해서 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든요. 예를 들어 "너희는 둘이 벌어서 그 돈 다 뭐하냐" 등.
남편이 집안 형편상 대학을 못나와서 야간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졸업했습니다. 등록금 장난이 아니데요. 그런데도 누구하나 등록금 걱정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한학기 등록금 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친정어머니는 우리 애들 키우고 집안일 다 해주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남편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그나마 지금은 애들이 다 커서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 동안 몫돈만 생기면 남편은 시댁과 시누, 동생에게 주고싶어 안달이었습니다.
그 반발로 저는 적금도 안하고 되는대로 살았습니다. 맞벌이 13년동안 번듯한 아파트 하나 없이 아버지 소유집에 싼값에 세들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시부모가 불쌍하기도 하고 나도 영악하게 돈많은 남자 고를걸하는 생각도 들고. 작년부터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동서나 시댁문제가 100% 원인은 아니지만 저를 힘들게 하네요.
얼마전 설날에는 형님과 제가 시부모있는데서 막 소리지르고 싸웠습니다.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서 제가 반항을 했습니다.) 그 이후 형님은 아무말 없이 제사에도 오지 않더군요.
저도 이제 시댁에는 가고싶은 맘이 없는데. 남편을 생각하면 가야하고.
너무 긴 넋두리를 늘어놓아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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