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글을 읽으니까 저희 친정 할머니가 생각이 나더군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5년정도 되었음) 돌아 가시기 전까지 대단하셨거던요.
저희 할머니는요 고모가 9살이 되던 그해부터 살림을 거의 안하다시피 하셨대요.
고모가 살림을 다하고 할머니는 거의 바깥일(농사)만 하시고 집안일은 손 놓은신거죠.
거기다가 고모는 저도 키우셨답니다.
저와 제동생이 14개월차이로 태어난데다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저희 어머니가 둘을 키우기 힘드셔서 할머니가 데리고 온거죠.
참고로 저희아버지는 맏이지만 제가 8살이 될때까지 따로 사셨답니다.
할머니는 절 데려와서 이뻐하시기만 하고 키우는건 전적으로 고모몫이었죠.
오죽하면 고모가 지금도 한번씩 저때문에 놀러도 못다녔다고 한탄을 하시겠어요.....
그때 고모 나이 20살, 한창 놀 나이 아닌가요?
전 4살이 되어서 부모님께 돌아갔다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돌갓지난 애를 데려와서 키웠으니....
아무튼지간에 고모가 시집가고 저희부모님과 합치기 전까지 몇년 동안은 어떻게 사셨는지 모르지만 제가 학교에 갈 무렵 부모님과 저희 할머니는 합치게 되었답니다.
여기서 부터는 제가 대부분 기억을 하는데요.
저희 할머니는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서 잘해야 명절에 콩나물 다듬어 주는거 하나 하시면서 집안의 모든일은 다 아셔야 하고 직접 결정도 하셔야 하고 아무튼 집안의 모든 사람을 손에 넣고 흔드셔야 했지요.
저희 숙모들은 할머니께서 방문 하시는걸 아주 싫어 했답니다.
할머니도 가시는걸 좋아 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거기 가서는 마음대로 잘 안되었거던요...
전 저의 어머니께서 시집살이 하는게 너무 너무 싫었어요.
어릴때는 잘 몰라서 넘어갈때가 많았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하나하나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전 그 때부터 할머니와 충돌하기 시작했어요.
무지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전 제가 할 도리는 다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답니다.
전 저희 집안의 장녀거던요.
그래서 그런지 제 말은 조금 먹혔거던요.
저희 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얘기해 드릴까요?
결혼 하셔서 제가 12살이 될때까지 친정에 한번도 못가셨다면 믿으시겠어요?
결혼해서 8년을 따로 사셨는데도 말이예요.
제가 고2때 저희 어머니께서 직장을 가시게 된거예요.
공장에서 일을 하시니까 야간 작업이 있더라고요
그럼 아침식사 준비 정도는 할머니께서 해 주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제가 했어요. 학교 다니면서요....
하이라이트가 뭔지 아세요.
제가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난 뒤였어요.
결혼을 할려면 준비 할게 얼마나 많아요?
그 준비를 하면서 일이 생긴거예요.
제가 직장때문에 혼수 준비를 제동생하고 어머니께서 하셨는데....
어머니도 직장을 다니시니까 일을 마치고 저녁에 혼수 준비를 하러 다니셨죠
물론 할머니와 아버지 저녁상은 봐두고 나오셨죠
한번은 아버지도 일때문에 늦으시고 어머니와 저, 제동생은 그릇이면 이불이며 이런것들을 보러 다니다가 이것저것 사서 집에 왔는데, 할머니께서 화가 잔뜩 나서 계시는거예요.
저희들이 늦게 왔다고 저녁도 드시지 않고 말이예요.
아니 퇴근해서 7시에 만나서 돌아다니다가 8시에 들어 갔으면 일찍 들어 간거 아니가요?
혼수 준비하는거 뻔히 알면서...
어머니는 할머니께서 화를 내시니까 어쩔줄 몰라 하면서 저녁상을 봐서 갔다 드렸어요...
근데 저희할머니는 그 상을 냅다 밀쳐 버리는게 아니겠어요?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 제 눈 앞에서 일어 나니까 제가 미치겠는거예요.
그래서 전 또 가만 있지 못하고 할머니와 싸우고 말았답니다.
전 그 일로 인해서 결혼하고 돌아 가시는 그날까지 할머니를 원망했어요.
아이러니 한게 뭔지 아세요?
저희 할머니께서 돌아 가시기 전에 치매가 오신거예요.
저희 형편이 좋지 않아서 어머니께서 직장을 그만두고 할머니를 돌보지 못해서 막내 숙모님이 모시고 있었는데요.
돌아가시기전 그러니까 집으로 다시 오시기 전까지 숙모집에 계시면서 치매에 걸리신 분이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매일 얘기 하셨답니다.
돌아가시기 한달전에 집에 오셨는데요 집에 오니까 그 얘기를 안 하시는거 있죠.
저희 할머니 얘기와 저희 어머니 시집살이 얘기를 다 할려면 소설책 2권은 되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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