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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책
작성자 : 무명씨 조회수 : 1539 작성일시 : 3/23/2004 1:09:04 AM
연애 5년, 결혼 4년차인 32살 주부입니다. 아이는 없구요.
빈곤한 시댁 사정때문에 결혼시 친정의 반대가 있었지만 착하고 성실한 남편을 사랑했기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할 때, 큰 아주버님이 주신 1000만원에 대출 1700만원, 울 할머님이 주신 300만원 보태서 3000만원짜리 단칸방 얻어 시작했습니다. 친정에서 혼수비용으로 주신 1000만원으로 기본 살림살이 사고 남은 돈이랑 제가 모아 두었던 몇백만원이랑 맞벌이로 1년만에 은행대출 갚고 거기에 돈 천만원 더 모아 작년에 친정소유 방 2칸짜리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원래는 전세 7000만원짜리인데 친정 부모님의 배려로 4000만원에 이사를 온 거지요.

요 아래 어떤 분이 적은 것처럼 시댁 혹은 남편으로부터 뭘 받길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말고 동등하게 같이 벌면서 큰소리 치며 사는 게 더 당당하다고...네. 맞는 말씀이에요. 시댁에 가면 세 며느리 중 제가 막내임에도 가장 당당합니다. 어머니도 저한테는 별 말씀 없구요. 하지만 때로 그 당당함을 포기하고 남편 그늘에서 그저 아이 키우고 살림하고 싶은 바램도 많답니다.

제가 미혼때부터 부었던 비과세 적금이 지난 12월 만기가 되었습니다. 자유식 적금이었지만 이율이 꽤 높았지요. 1000만원 좀 넘게 모았습니다. 남편이 얼마전 운전면허를 땄지요. 2종 오토로... 차를 사자 합디다. 우리 수중엔 약 1300만원 있었는데 이것 저것 빼면 약 800만원 정도 남더군요. 저는 운전면허가 없고 남편도 직장이 가까워 차 쓸 일이 주말이나 시골 시댁가는 일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1500씨씨 소형 중고로 사자 했습니다.

오늘 오후 일하는 중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산 작은 아주버님이 800만원짜리 2900씨씨 뉴코란도를 봐 둔게 있다고...그래서 저는 부담된다고 했죠. 왜냐면 세금이나 보험도 장난이 아니기에... 거기에 남편도 수긍했습니다.

집에 와서 남편이 인터넷으로 중고차를 보면서 우리 나이에 이제 소형차는 쪽팔려서 못탄다고 합니다. 그 말에 화가 납디다. 그래 저는 "우리 나이가 얼마나 됐다고 그래? 나이 나이 하는데 그렇게 치면 우리 나이에 이렇게 사는 것(처가 도움으로 방2칸 살고 아이 없는 것)도 쪽팔린 거고 총 재산이 5000만원밖에 안되는 것도 쪽팔린 거야. 돈을 생각해야지. 내가 가진 건 생각 못하고 나이맞춰 어떻게 다하고 살아" 하고 말해 버렸답니다. 남편은 의기소침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가끔은...이런 생각합니다. 결혼 안한 것보단...혼자 살면 외로우니까...시댁, 친정 이런 거 생각 안하고....남자, 여자 이런 거 생각안하고...사람 대 사람 만나서 서로 의지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그렇게 살 순 없을까...그렇게 살기엔 우리 사회적 제도가 허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시댁에 가면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요구하고 친정에 가면 딸내미 고생할까 노심초사...

저는 곧 회사를 그만둡니다. 남편이 제가 하는 일을 못마땅하기에... 저는 방문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일이 사회적으로 인식이 별로 안좋아 싫어합니다. 게다가 작년에 수업다니다 정신이상자에게 걸려 큰일 날 뻔 한 적이 있기에 남편이 더 싫어합니다. 수입은 140만원 정도되는데 남편이 넘 싫어해 결국 올 5월까지 하고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그럽니다. 월급이 적어도 좋으니 회사엘 들어가라고... 전업 주부로 있을 순 없습니다. 일을 해야할 형편입니다. 요즘같이 청년실업이 심각한 때에 제 나이에 마땅한 경력도 없이 들어갈 회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에게 모진 말을 해서 미안하고 능력이 없는 제가 밉습니다. 남편 친구 와이프들은 빵빵한 회사에 연봉도 쎈데...그러면서 비슷한 조건에서 친구들만큼 따라잡지 못하는 남편이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고...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다 내가 못나서 그런거라고...
살기 참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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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책 무명씨 2004-03-23 1540
     잘 하시는 겁니다 nyoungyet 2004-03-23 1031

남자들이란... (2004-03-23) 남자들 참 어린애 같져? 폼생폼사가 밥도주고 물도 주나여? 좀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는데...언제면 철이 들런지...쯔쯧. 남에게 보여주는게 무에 그리 대단하다고...ㅡㅡ;
문제는... (2004-03-23) 가진건 쥐뿔도 없는넘들이 으시대는걸 좋아한다는거져. 그게 상대방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꽝스런건지도 모르고...ㅡ.ㅡ;얼어죽을....
힘내요^^ (2004-03-23) 울 신랑도 가끔 속이 없어요.제가 바가지를 많이 긇어서 지금은 제법 모았어요. 여자의 힘! 아시죠? 열심히 지금처럼 사시면 존일많이 생기실거예요.그리고 직장은 존것 같은데..
흠흠 (2004-03-24) 열심히 사시네요.남편도 알거예요.알아듣도록 설명하면 잘알아들으실것 같네요.
흠흠 (2004-03-24) 참고로 코란도 세금 많습니다.밴이면 몰라도 2900cc면 세금 꽤 됩니다.제 친구가 승용이고 제 집사람이 밴인데 세금차이 어마어마 합니다.
부럽당 (2004-03-24) 방문교사하는것두 기술이고 전문직이에요.제가알고있기론 그것도 아무나 못하는걸로 알고있는데요.저보다 나으니 힘내세요
언젠가는 (2004-03-26) 미래를 내다보고 체면같은건 버리고 두분이 합심하여 열심히 사시면 언젠가는 웃으실날이 있으실텐데..남편을 설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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