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을 집에서만.. 아이들하고만... 그렇게 살림만 했습니다.
지난 주말..아이들과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가는길에.. 얼마전 개업한 남편의 사무실에 한번 가보려고 맘을 먹었습니다.
남편이 사장님입니다.
그런데도.. 여자가 남자 일터에 무턱대고 찾아가는게 웬지 직원들 보기에도 좋게 보일거 같지가 않았습니다.
사무실이 대충 어디있다는 얘기만 들은터라 30분가량 아이들과 헤매었습니다. 도저히 못찾겠어서 그냥 집으로 갈참이었는데 큰 아이가 찾아냈습니다.
애들 양손에 잡고 사무실로 들어갈 용기가 내겐 없었습니다.
큰아이를 시켜서 아빠가 사무실에 계신지 보라고 했습니다. 누구냐고 묻거든.. 000사장님 아들이라고 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나는 작은 아이 손을 잡고 사무실이 좀더 잘 보이는 건너편길로 건넜습니다.
잠시후 옆 사무실에 잠깐 갔었던 남편이 전화연락을 받고는 아들손을 잡고 내게로 왔습니다.
밖에서 아빠를 만난 아이들은 좋아서 입이 벌쭉했습니다.
햄버거를 하나씩 사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늦은 저녁 돌아온 남편이 잠자리에서 제게 말했습니다.
남편 사무실에 왔으면 들어올 것이지 왜 밖에서 애들 시켜 불러내냐고~~.
예전엔 직원으로 있었을때니깐 찾아가는게 좀 멋적었지만. 이젠 사장님인데 사무실에 찾아온다고해도 누가 뭐랄 사람있겠냐면서.. 혹 다음에 또 근처에 오게되면 사무실로 직접 들어와서 직원더러 커피도 달라고 하고 소파에도 앉아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말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추운데 밖에서 애들 데리고 떨면서 기다리지 말고 꼭 들어와 기다리라는 말이.
자신감이 없으니까.. 남편 일하는 사무실에 내가 나타나서 신랑이 창피해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집에선 맨날 고무줄로 묶고 있든지 큰 핀으로 머리를 올리고 있었는데 ..외출하느라 머리를 길게 풀고 나갔었습니다.
파마끼도 다 풀려서 부시시한 머리.
"당신은 머리 올리는게 더 이뻐.....이러~~ㅎ게.. 이러~~ㅎ게 해서 .. 이렇게 하면 얼굴도 갸름해 보이고 산뜻해 보여"
부스스한 머리를 억센 남편의 손으로 매만져 줍니다.
"응~, 오늘따라 안이쁘게 하고 나가서^^......,다음엔 머리 이쁘게 하고 한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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