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시누네 갔다가 시누아들이 보던 책을 얻어왔다.. 울 아들 읽히려고.
그 사이에서 성적표가 하나 나왔다. 못해도.. 못해도.. 어쩜 그리도 지지리 못할수가 있는지.. 죄다 -가..가.. 가...- 기가 막혀서 한숨도 안나온다.
그 성적표를 보면서.. 학창시절 나의 성적표 생각이 났다. 위의 오빠랑 언니는 공부 좀 그만하라고 뜯어 말릴지경으로 파고 들었다. 작은 언니는 머리가 타고났는지.. 공부하는 꼴을 못봐도 언제나 우등생이었다. 거기에 반해.. 나는 죽어라~ 머리를 싸매고 해도 언니, 오빠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에 부쳤다.
나도 그리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전교 5등안에서 노는 언니, 오빠들 땜에 내 성적은 상대적으로 지지리 못하는 축에 끼고 말았다. 어쩌다 성적이 올라도 언니, 오빠의 그늘에 가려 그들 쫓아가려면 아직도 멀었다~하는 핀잔만 들었다.
그나마 아주 다행인것은.. 내 밑의 동생은 이런 나보다도 훨씬 뒤졌다는 거였다. 그런데, 남자라는 이유, 막내라는 이유로 대학갈때도 부모님의 엄청난 지지와 후원을 받으며 갔다.
고등학교 졸업시즌의 어느날. 엄마가 초등학교때꺼부터.. 한 학년도.. 한학기도 빼먹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셨던 형제들의 성적표를 보았다.
물론 내것도 있었다. 나는.. 까만 고무줄로 탱탱 묶여진 성적표를 엄마가 안계신날 꺼내서는.. 깡통에다 넣고 불을 질렀다. 대학을 가서는 엄마, 아빠가 성적표를 파악못하시는 관계로 더이상의 성적 비교는 당하지 않았다. 대신 장학금 줄줄이 못탄다고 가끔 구박은 받았다.
성적 비교당하는 서러움을 조금만 참았더라면.. 지금쯤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는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을 것을...
아깝다....
컴퓨터로 뽑아진 시누아들의 성적표를 보니.. 이렇게 -양-도 하나 없이 골고루 -가-받기가 참 어려워 보인다. 어찌해야 -가-를 받을수 있지? 눈감고 찍어?
이런애를 서울에 있는 대학교 보내겠다고 혈안이 되있는 시누보면..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충고도 해주고 싶지만.. 제아들 대학보내고 싶은 엄마맘이야 다 똑같은거 아닌가 싶어서 안쓰럽기도 하다.
날씨도 시누아들 성적처럼 완죤히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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