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배추가 두포기씩 묶인걸 다섯단이나 사다가 김치를 담궜읍니다. 여느집같으면 김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제게는 한달에 한번정도 의례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외출하다 돌아오는길에 알타리 무가 싸길래 네단을 사다가 다듬고 지금 소금에 절여둔 상태 입니다. 어제 배추김치 담고 남은 양념으로 하면 될거 같으네요.
제가 한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집안 며느리가 되서 살아온지 어느새 11년이 지났읍니다. 시댁엔 아버님과 저보다 훨씬 나이많은 시동생이 둘 있읍니다. 아버님은 어릴적부터 장애를 앓아오셔서 일체 경제활동은 못 하시고,둘째 도련님은 내노라하는 언론사에 중간 간부급이지만 형님인 저희집에 11년동안 서너번 다녀 간거 같습니다. 같은 도시에 그것도 차를 타면 2~30분 내에 올수 있는 거리에 사는데두요..... 막내 도련님은 군대갔다가 탈영을 해서 3일만에 잡혔더랍니다. 그 이유로 심하게 구타당하고 병원 신세를 여러달 지다가 불명예 제대를 했다더군요. 처음 시집왔을땐 몰랐읍니다. 그 막내 도련님이 정신병원에 있다는 것을요.... 아버님 환갑때도 제 결혼식에도 제사나 명절에도 얼굴한번 본적 없었던 그 막내 시동생......
결혼후 얼마안가서 그 사실을 알았고 마침 도련님의 병이 호전되서 퇴원을 했고 저도 알게 됐읍니다.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며 살다가 퇴원한지 일년여만에 다시 도련님은 정신질환이 재발해서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게됐었지요.
아마도 모르실겁니다. 정신병원에 한달 병원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큰아이 낳고 5개월만에 생긴일이었지요. 한달 병원비가 60만원을 넘나들었고 그렇게 일년정도가 지나서 또 병세가 호전되서 퇴원을 다시 했읍니다. 지금은 약도 잘 챙겨먹고 지내는거 같아요.
어쨌거나 그 세명의 남자만 사는 시댁에 저는 주말마다 반찬을 해다 나릅니다. 아버님은 비린음식도 싫어 하시고 이가 안좋아서 딱딱한것도 안드십니다. 때론 주말마다 식단을 짜서 반찬을 해 나르기도 했읍니다. 그렇다고 제가 집에만 있는것도 아니고 저도 어엿한 직장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말이죠. 누구는 그러면 시어른이 반찬값주시냐고 합니다. 저희 아버님요.... 아마도 가진게 많으셨다면 당신 스스로 경제능력을 갖추셨다면 제게 아낌없이 해 주실 그럴 분입니다. 아마도 말이죠. 전 그렇게 생각하고 삽니다.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제가 살아온 11년 입니다.
어느분이 시어머니가 미워서 못살겠다는 글을 보고 한숨이 나옵디다. 제가 감히 어른을 두고 이리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니 저는요. 물론 힘들고 귀찮고 짜증스럽고 제자신이 바보같고 하여튼 별의별 감정에 다 휩싸여봤읍니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말이죠. 어느누구도 자신이 남에게 싫은 존재가 될거란 생각은 못한다는 겁니다. 어느누구도 자신의 한치앞은 내다 볼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저는 시어른과 도련님들을 차라리 안됐다 생각하기로 맘먹었읍니다. 첨부터 그냥 쉽게 받아들여서 인지 이렇게 11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저는요.. 제가 없이는 안되도록 그렇게 제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또 보듬어 안고 그럽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잘 사느냐구요...?
여섯살 네살 두 아이 키우고요. 둘다 어린이집에 보내구요. 남편은 일이없어서 일년에 절반은 놀아야 합니다. 것두 남편이 일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아직까진 참아 주고 삽니다. 제가 벌어야 얼마 못 법니다. 오후에 5시간 근무하고 40만원정도 법니다. 마침 오늘이 월급 날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댁에 보일러 기름도 두어번은 넣어 드립니다. 주말마다 반찬해가고 겨울엔 김장도 해야 하고 세탁기나 티비가 고장나면 새걸루 사다 드려야 합니다. 지난달에 티비는 바궜더랬지요 고장나서.. 잘나가는 둘째 도련님 돈 잘벌면 뭐 합니까// 집안일 암것두 신경 안쓰고 사는 나그네 같은 그런 존재인걸요.... 제 남편은 형이지만 동생들에게 군소리 못합니다. 동생들 불쌍하다나요..
어쨌거나 시어머님 싫으시다는 분 .. 마음을 좀 바꿔 보세요. 사는게 겉 포장만 다르지 속은 모두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소설같은 영화같은 그런 결혼생활은 일찍 벗어나시는게 좋을거 같군요. 저 비록 이렇게 살지만 아무렇지 않구요 오히려 뿌듯합니다. 제가 어딘가에 절실한 사람임은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일까요.? 제 남편 저한테 엄청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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