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님들.. 저 축하좀 해주세요. 오늘로서.. 아줌마가 된지 어언 10년이 된 날이랍니다.
눈이 빠지게 기다릴땐.. 오늘이면 뭔가 획기적인 일이 생길것만 같더니.. 오늘도 그날이 그날이네요.
어제두 울 신랑.. 새벽 2시에 와서 잠만 자고는.. 양복 갈아입고 출근했어요. 하숙생이 따로 없네요. 나가면서 오늘 결혼기념일인데 저녁이나 할까? 그럴줄 알았는데 아뭇소리도 없이 그냥 나가버리니까 괜히 서운하더군요. 저녁때까지 그냥 잠자코 기다려보면.. 혹시나.. 뭔가 있을라나?
선물은 지난 일요일에 미리 받았어요. 목을 조르다시피해서 겨우 받았죠. 억지로 울궈내긴했는데 어디 자랑할데도 없구..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싱거워요. 그래두.. 지금같은 불경기에 선물도 받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내심 자위하고 있어요.
신랑이 나에게 뭘 해줄까.. 잔뜩 기대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오늘은 나랑 같이 10년을 살아준 남편을 위해 고맙다고 조촐한 파티라도 할까봐요. 아무래도 신랑은 시간이 없을거 같으니..
풍선 1000원 어치 사다가.. 애들이랑 볼이 터지게 불어서 여지저기 달아나 볼까요? 기분좀 내보려고 장롱위에 쳐 박아놨던 결혼사진도 꺼내다가 거실에 걸어놨어요. 큰아이가 좀 크니깐 결혼사진 걸어놓고 사는게 좀 겸연쩍어서 치웠었는데.... 작은 아이는 그러고보니 엄마, 아빠 결혼사진도 한번 못보고 자랐네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들어 자꾸 엄마랑 아빠랑 결혼하라고 재촉합니다. ㅎㅎ 그래서 일부러 걸어놓기도 한거구요. 엄마 이쁘다구 손뼉치며 좋아라~합니다.
겨우 10년 살고도 마치 100년을 산거같아요. 결혼 20주년때는.. 어떤모습으로 살고있을까... 나이 50에.. 아이들은 다커서 바깥으로 돌고있겠구, 흰머리는 염색으로 감추고 있겠죠?
결혼기념일인데.. 왜 자꾸 지난날들이 떠오르는지 손에 아무것도 잡히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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