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삽니다.
결혼해서 따로 살다가 아기가 쌍둥이라서 시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6개월은 육아휴직했고, 지금은 시어머니가 큰애, 작은 시누가 둘째를 키워주고 있습니다. 시집 식구들도 다들 못된 사람 없어서 지금까지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살아왔구요. 그래도 함께사는 건 여러가지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긴하더라구요.
시어머니도 절 잘 이해해주시고,
저도 잘 지내려고 노력해서 지금까지는 아무 탈 없었는데,
요 며칠은 서로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습니다. 한 집에서...
지난 주말에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 생신을 치렀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 생신이 같은 날인데, 개천절이 있어서 3일엔 시아버지 생신, 4일엔 친정아버지 생신상을 차리게 되었죠.
저는 2일날 학교에서 운동회를 마치고(교사거든요), 3일, 4일을 생신상 차리느라 꼬박 쉬지 못했어요. 3일 저녁엔 시댁식구들 다들 모여서 저녁을 먹는데, 준비는 거의 저 혼자서 했어요. 갈비 재우고, 미역국 끓이고, 잡채,구절판, 전 한가지...그렇게 준비하는데 혼자서 하려니까 하루종일 서서 꼬박해야 저녁 먹을 수 있더라구요. 시어머니와 애기 봐가면서요. 그렇게 저녁 차려서 먹고, 4일엔 토요일이라서 출근했다가 친정에 가서 저녁 차려먹고, 일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요일날 아침에 보니 입술 한쪽이 부르터 있었어요.
일요일날 저녁에 돌아와서 가져갔던 것들 정리하는데, 애아빠가 시아버지 보고 그러더군요. "아버지, 애기 엄마는 입술이 다 부르텄어요."라고... 시아버지는 "운동회 하고, 양쪽 생일상 차리느라고 힘들었던 모양이구먼."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던 시어머니가 제 뒤통수를 치시더군요.
"하긴 뭘 했다고 피곤해? 설거지를 했어 뭘했어? 운동회 연습했으니까 그렇지."
평상시의 어머님이 하실 말씀이 아니었기에 더욱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버님 생신 차려먹고, 설거지 작은 시누가 달려들어서 했습니다. 제가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정리를 저보고 해야할 것 같다며 얼른 상치우는데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상정리하고 그랬던게 못마땅하셨는가봅니다. 우리 어머님, 자기 자식은 끔찍한 양반이시거든요. 저나 남편이나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하고, 같은 직업인데도, 매일 "아들 힘들겄다, 피곤하겄다,."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입니다.
당신 금쪽같은 딸이 그 많은 설거지 하는게 그렇게도 저를 미워보이도록 한 모양입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 건에 대해서 남편과 한마디도 대화 나누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그저 제가 피곤한 모양이란 얘길 했을 뿐인데, 어머님 반응에 저에게 너무 미안해 어쩔줄 모르더라구요. 어머님이 그 얘길 저한테 하시기 직전엔 함께 들어온 남편에게 "얘, 너 피곤하겠다." 소리부터 하셨습니다. 그럼 도대체 당신 아들은 뭘 했길래 피곤하다는 겁니까.
저는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시어머니를 이해할 재간이 없습니다. 누구한테 어찌해야할지 묻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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