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중의 하나이지요.
제 경험에 빗대어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까싶어 올립니다.
전 이제는 시부모님께 못하는 며느리 흉 못보게되었습니다.
물론 저 시어머님 모시기 전에 가장 이쁨 받던 며느리였고 함께 살면 누구보다 잘 해 들릴 자신도 있었습니다. 그전에 친정 부모님 모시고 살았던 경험도 있고해서 더욱.
하지만 마음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살아봐야만 아는 그런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옆에서 보기엔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는 것들이 함께 산다는 걸로 너무 버거워서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성격도 많이 작용하지요.
자신의 성격이 부족하다는걸 아니까 더욱 힘들고 긴장하게 되고 자신 없어지니까 부딪쳐보려기 보다는 자꾸 피하고만 싶어지지요.
님은 부모님께 잘 한다는 자신감내지는 스스로 당당함을 가지지만 함께 살게되면 아무래도 자신감 보다는 피해의식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다 자기가 못하는 부분을 형제들이 채워주면 그것이 고맙기 보다 불편하고 더욱 자신이 못나보이고 첨엔 미안하다가도 그것에 의지해서 더욱 피할 궁리만 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는 것이 성격탓이 되고 그것이 갑옷이 되고 그 안에서 모든것이 안전하게 여겨지게 되니 남에겐 늘 뚱한 모습이 되고 쉽게 벗고 나오지 못하지요.
지금 저흰 사정이 꼬여 어머님이 큰 집으로 가셨습니다.
늘 죄송한 마음에 잘해 드리려고 합니다만 그때 입었던 형제들이 준의 상처가 자꾸 시댁에서 눈을 돌리게 합니다.
내가 안해도 알아서 지들이 잘 하겠지라는 합리화로...
지금은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겨 그 때 이런 부분을 이렇게 대처하지 못한거에 아쉬움도 큽니다. 하지만 그 때는 지혜를 구하기 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몸도 마음도 갖혀서 지냈었습니다.
부모님 모시는거 아무나 닥치면 할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도리보다 앞서는게 어쨌든 자신이 살아야 하는데 그 존재 자체가 위태로우면 남에게 시선이 돌려지지가 않습니다.
병이 든 상태로 보아도 무방하지요.
환자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우린 흔히 밖의 상처는 작은 것에도 동정하며 위로하지만 그 내면의 더 큰 고통은 보지 못하지요.
성격탓으로 위장하고 있는 올케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우며 누군가 따뜻하게 돌봐주어야 할 듯이 생각됩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것은 결코 겨울의 매서운 찬 바람이 아니고 따뜻한 해님이었다는 진리를 우리는 자주 잊고 지내는거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따뜻함을 베풀어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의 길이 될 것입니다.
매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는듯이 보일지라도 지속적이지 못하고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상처를 꼭 동반한답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실 것은 아무리 가족처럼 대한다고 해도 시댁과 친정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친정부모님의 모진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가 되고 잊혀지지만 시댁식구한테 들은 소리는 시간이 치유해 주지 못하고 더욱 아로새겨진다는 사실입니다.
님의 글에도 시댁에 많은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닥쳐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려 하면 그 만큼의 부작용이 따릅니다.
좀 더 신중하시고 더디더라도 조금씩 나아지는 길을 찾아 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칭찬은 빨리하고 화는 더디게 낼 수록 좋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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