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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해의 현장..
작성자 : claudia 조회수 : 1011 작성일시 : 9/15/2003 11:10:20 AM
추석을 지내고 그 다음날.. 전라도의 시아버님 산소에 가뵙기로 했는데 태풍이 온다그래서.. 경상도 의성에 사는 친정 언니네집에 먼저 들렀다가.. 태풍이 물러나가면 산소로해서 오려고 계획을 세웠답니다.

추석담달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뚫고 의성에 도착했지요.
낮엔 잠깐 비가 안왔는데.. 저녁무렵이 되니.. 도시와는 상상이 안될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겁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정붙이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술이 그만 동이 나 버렸어여.

그냥 술자리를 파하기엔 너무 아쉬워서.. 우산을 쓰고는 한참이나 걸어가야하는 슈퍼까지 갔는데.시골비는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내린다고만 생각을 했네요.

맥주 몇병 사가지고 와서 한잔씩 마시는데.. 불이 껌벅껌벅하면서 정전이 되더라구요.
암흑....
30분가량 정전이 되었었는데.. 촛불켜고 먹는 맥주맛도 그럭저럭 운치도 있고 좋았어여.
위~~위잉~~~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차타고 오느라 피곤한 몸을 술김에 의지해 그날밤은 세상 모르고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동네에 심어져 있던 사과나무며.. 쌀나무며.. 누우런 호박들이 개천에 빠진 것도 있구.. 도로에 마구 뒹굴러 있는 넘도 있구..
제대로 서 있는 나무가 거의 없더군요.

오래간만에 찾아간 처제(저여~~!) 관광 시켜주겠다고 형부가 차를 태워서 안동댐이며.. 하회마을이며, 도산서원이며를 다녀봤는데..여기저기 태풍 매미가 그냥 살려두고 간곳이 없는거예요.

돌아오기전날.. 어제는 유원지에 낚시를 하러 갔지요.

유원지 바로 앞에 식당이 하나 있는데.. 물이 엄청나게 불어서 식당이 물에 잠겼었나봐요.
배가 식당 바로앞까지 와있구, 풀더미며 비닐들이 을씨년스럽게 가게를 뒤덮고 있더군요.

덩치가 큰 식당 아줌마는 아주 짜증나는 얼굴로 가재도구며 식당그릇들을 마당으로 꺼내와서 호수로 물을 뿜어대는데.. 낚시하고 앉아있기엔 너무 미안했어여.

언니한테 우리 설겆이 해주러 가자고 했는데. 글쎄~~ 선뜻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근데. 고장안 배를 끌고갈 차가왔는데 우리 신랑과 형부더러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오길래,, 언니랑 저도 함께 따라갔어여.

배를 실어주고는.. 식당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어여.
그리곤 자연스럽게 설겆이를 같이 도왔죠.

흙탕물은 그리 뒤집어 쓰지 않았는데두.. 깨끗이 닦아내기가 집에서 하는 설겆이처럼 잘 안되더군요.
조금 있으니 경찰차도 오구.. 공무원들이 오는것 같아서 자리를 피해주고 폼만 잡고 드리워놨던 낚시도 거둬서 돌아왔어여.

40년을 그곳에서 나고 자란 형부도 그런 태풍은 첨 봤다고.. 아주 심각하다고 그러네요.

집에서 그저 뉴스로만 나무가 뿌리채 뽑힌거보고. 집이 진흙 범벅인걸 봤으면 수해가 얼마나 컸는지 잘 못느꼈을거 같애요.
태풍에 불이 불어나서 사람이 죽고 집이 쓰러지고할때.. 난, 그 비바람을 뚫고 술을 사러갔으니.. 에구에구..ㅜ.ㅜ

이상 수해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클라우디아 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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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해의 현장.. claudia 2003-09-15 1012

세모 (2003-09-15) 바람에 안 날라가고 와서 정말 다행(!)이네요.... 전 티브이로 보면서 정말 많이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그쪽 사시는 분들..걱정걱정 맘뿐이고 아직 전화도 못드려보네요....
아내 (2003-09-15) 시댁이 강원도인데, 강원도도 정말 난리 대난리였어요. 저는 자면서 지붕 날아가는 줄 알고 놀라고...다리 끊기고 낙석에, 삼척시내는 온통 물에 잠기고, 자연재해,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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