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0개월 정도된 주부입니다.
그냥 속이 답답하고 뒷머리도 아프네요...
가끔 어머님께 싫은소리 듣고 나면 나오는 증상 같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그냥 답답해요.
그렇다고 남들에게 말해서 푸는 것도 한도가 있구요.
저희는 맞벌이를 하는 부부입니다.
저는 집에서 회사가 멀어 출퇴근으로 하루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는 거리에 투자를 하고 다닙니다. 게다가 퇴근이 늦은 직장이라 좀 힘들죠. 공휴일도 없고 토요일도 5시가 되어야 끝나니까요. 저보다 더 힘든건 아마도 우리 신랑일껍니다. 항상 저녁밥을 늦게 먹어도, 반찬이 없어도 불평불만을 안하니까요. 항상 미안한 맘뿐입니다.
시댁은 그럭저럭 여유롭게 사는 편입니다. 결혼날짜가 잡히면서 시부모님께서는 부랴부랴 시댁 옆동에 집을 구하셨습니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저 또한 시댁에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댁 옆집에 사는 것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했구요. 그런데,,,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냥 두려운 맘 뿐입니다.
이유는 저희 결혼하면서 시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니네 시누는 결혼하고 나서 하루두 빠짐없이 전화하더라,,, 시댁에두 하구 친정에두 한다더라.. 그러니까 니네두 하겠지???"
결혼 전에 보기만 하면 항상 그소리였습니다.
문제는 가끔(2개월에 한번 정도) 제가 전화를 못할때 생깁니다.
저희에게 휴일은 딱 일요일뿐입니다. 한달에 4번...
일요일도 교회를 갖다오면 저녁 4시거든요. 그때부터 집안 밀린일을 합니다. 빨래, 청소, 다림질, 밑반찬 만들기.... 이렇게 하다보면 밤 11시는 보통이거든요. 어쩔때는 낮잠도 자고 싶지만 일이 좀더 늦어질까봐 그렇게도 못하구요.
교회도 안가고 싶을때도 있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다니기에 안갈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라도 전화를 못하고 이튼날 전화를 드리면 우리 시어머님 아주 냉냉한 목소리로 쏘아붙입니다.
"너 요즘 바뿌니?"
이말 한마디에 수화기는 정적이 흐릅니다. 이러기를 몇차례하고 나니 이제 가끔 전화를 못하고 다시 전화를 할때는 가슴부터 뜁니다.
항상 내가 하는 일은 못마땅해 하시고, 시누가 하는 일은 너무 잘한다고 이렇게 말씀하시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네요.
"요번 추석때는 니가 다해라? 니네 시누는 고생이다. 차례음식 차릴려면... 너는 편해서 좋겠다."
사실 결혼후 첫 추석인지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실 말씀 다하시는 건 좋지만,, 그래도 상처받는 며느리도 생각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한 시어머님도 계시겠지만요.
그냥 한꺼번에 이런저런 서운함이 밀려와 푸념을 너무 두서없이 적었네요.
결혼전 상견례는 전 죽어도 못잊습니다.
결혼할때 제가 시골출신에 지방대 나오고 대학원만 서울에서 나오면 뭐 별거냐, 친정에 돈이나 있겠냐고 반대하셨더랩니다.
그래선지 상견례때 저희 엄마가 "아무것도 할줄 모릅니다. 앞으로 잘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니, 아무 대답이 없는거에요. 저희 엄마 조금 민망하셨는지 조금더 크게 똑같은 말씀하시니 아무 반응이 없어 3번째 다시 말씀하시니,,, "요즘 애들 다그렇죠. 뭐" 하시며 쏘아대시더군요.
상견례 후 카페에서 나오는데 저희 엄마가 계단을 내려오시기전 양보하시며 "먼저 내려 가세요."라고 배려를 하니 사나운 목소리로 귀찮다는 듯 "그냥 먼저 가세요."하는 거에요.
다른 것 보다 시골에서 일만하시고 순박하게 살아오신 엄마가 상처를 받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결혼생활 오래하신 님들은 시댁에 어떻게 하시나요?
매일 전화하구, 시어머님 필요하다는 거 사드리구, 가끔 반찬해다 드리구, 외식시켜 드리구, 그냥 백화점에 갔다가 옷이 괜찮은게 있으면 사드리구, 놀러가신다고 하면 노자돈 챙겨드리구,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생신, 명절 때 선물과 용돈 드리고, 여름휴가때 함께 가족여행하구,,, 이러면 못하는건가요?
(참고로 저희 시어머님 시댁식구들과 왕래가 없어요. 저희가 종가집인데 말예요. 명절때 아무도 안옵니다. 그리고 시할아버지 살아계실때 시할아버지도 안오셨데요. 물론 시부모님도 찾아가지도않고요.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중에 매일 전화만 안드려도... 제가 좀 편할꺼 같아요.
아~ 그리고 한가지더 시누이 아들과 딸에게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 명절 이거를 다 챙기라고 하시는데, 좀 너무 버겁네요. 안챙길려해도 꼭 그 전날 전화할때 말씀하세요. 오고가는 정이니 챙기라고...
어른에 애들까지 챙길려니,,, 쥐꼬리만한 월급에 정말 가계부가 말이 아닙니다.
답답합니다.
님들께선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와 비슷한 분들도 계신지두요.
물론 여기 푸념게시판에 저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 처하신분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도 저 나름데로는 많이 답답합니다. 보시고 좋은 말씀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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