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계부 회원님들한테 야단 좀 맞을려고 글 씁니다.
지금 울신랑은 백수입니다.
저도 백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휴직중인데, 다른 일을 찾고 있습니다. 전에 하던 일이 넘 힘들어서요.
지금 두달째 수입이 없습니다.
청약적금 깨어서 그걸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신랑은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학벌도 그만하면 괜찮고 몇년간 몸담았던 직장도 괜찮은 곳이라 그런지 면접제의는 많이 옵니다. 하지만 모두 제 욕심엔 미치지 못하네요. 그래서 신랑이 힘들어 합니다.
결혼할 때, 남편의 인간성과 경제적 능력만 봤습니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했습니다.
결혼전 선으로 들어온 조건들을 보면, 의사에 외교관 집안에...모두 저 자신을 보고 들어온 선이 아니라 울 아버지 재산을 보고 들어온 것이기에 저는 과감히 거부했습니다. 잘난 것 없이 자존심만 강한 제가 감당하기도 벅찼을 뿐만 아니라 남편과의 5년간 연애하면서 든 정때문에라도 그렇게 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습니다.
지금 신랑 대학 동기들은 잘 나갑니다.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에서 모두 아는 기업에 연봉도 엄청 많이 받습니다. 울신랑도 전공대로 갔으면 그정도 되었겠지만 전공과는 무관한 업계로 가는 바람에 친구들과는 천지차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신랑동기들 모임에도 나가기 싫습니다.
소비수준도 달라 너무 부담이 됩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비교가 됩니다. 똑같은 선에서 출발했는데, 왜 다른지... 저 역시 그 와이프들되는 사람들과 비교가 돼 싫습니다. 부인들 역시 잘나가는 외국인 기업에, 대사관에...
저 못난이죠?
압니다. 저보다 힘드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사람이 항상 위만 바라보고 살 순 없다고...
엊그제는 남편의 새 핸드폰을 사러 갔습니다.
가는 중에 남편이 면접 보는 데 필요한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넥타이는 집에 있는 걸로 하고 여름 와이셔츠만 사자 했더니 남편이 제 눈치를 봅니다. 그러더니 "핸드폰 다음에 살까" 하는 겁니다.
남편의 핸드폰은 구입한 지 3년이 지나 수명을 거의 다해서 새로 장만해야 하거든요. 면접 제의라도 와서 통화하다 보면 밧데리가 나가 '띠띠~'하기 일쑤였죠.
장장 몇시간을 돌아다녀 35만원짜리 핸드폰을 12개월 할부로 끊어 구입했습니다. 남편은 집에 와서도 하루종일 새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거립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합니다.
'내가 남자를 불쌍하게 만들었구나...'
얼마전에 모 공기업에서 남편에게 면접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연봉은 작았지만 기반이 튼실한 곳이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원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지방이라 싫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그곳 전화번호를 얼마동안 응시하더니 '면접거절'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는 일찍 자리에 들었습니다.
남편이 묻습니다. "나랑 결혼해서 행복해?"
"......."
제가 묻습니다. "당신은 나랑 살아서 행복해?"
"......."
남편이 그럽니다. "우리...권태기인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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