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이였습니다.
청소를 해놓기가 무섭게
초등3년생인 딸아이와 다섯살배기 아들녀석이
거실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남편에게 치울것을 요청하였지만
저녁뉴스만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보는것이 습관이 되어있는터라 귀는 열렸있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묵묵부답입니다.
제심술은 이런경우에 극에 달합니다.
온갖 쓰레기들을 남편이 보고 있는 텔레비젼 앞
거실바닥에 던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룰루랄라 노래까지 부르면서..
남편이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갈준비를 합니다.
화났다는 표현이지요.
저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열쇠를 손에쥐고 갈때는 뜻대로 가되
올때는 뜻대로 올수 없을거라며 어서가라 하였지요.
남편은 열쇠를 몇번 뺏는 시늉을 하더니
꼬리를 내립니다.
실실거리며 웃더니 뉴스보고 난후
걸레질까지 하겠답니다.
저는 지금 당장 치우길 원했지만
아이들 앞에서 남편의 자존심도 세워줄겸
그말에 따르겠다며 한걸음 물러섰습니다.
...
뉴스가 끝난후 저는 슬며시
아들이 자고 있는 침대에 들어와 자는척하였습니다.
남편은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소리도 나지 않게 정리정돈을 하고
걸레질을 하였습니다.
거실은 윤이 번질번질 나고
저는 고소함과 행복감에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역시 청소는 힘있는자가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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