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아줌마가 유난히 많다.
팀원 7명중 나를 포함해 4명이 아줌마다. 전엔 1명이 더 있어, 5명이었는데, 지금은 그렇다.
일주일에 한번 아침에 회의가 있는데, 그 회의때 일주일간의 업무진행과 각자 수행할 일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날은 몰라도 그날 만큼은 늦으면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늦으면 다음 회의때 30분 일찍 출근, 지각한 당사자는 간식을 준비해 오기로 팀 자체적으로 시행해 온지 오래, 그 규칙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는 지금은 퇴사한, 다섯 아줌마 중 한사람이었던 a에 대한 것이다.
1명을 제외한 4명에게는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이 있다.
알겠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아침이 전쟁이다. 남편 챙기고 애들 차에 태워 유치원 보내다보면 정말 빠듯하다.
그 사정은 모두 다 마찬가지임에도, 유독 a는 자기만 그렇다는 듯, 늦으면서도 한번을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않는다. 그저 핑계만 있을 뿐이다.
어느날 사정을 봐 주던 팀장이 냉정해지고, 앞서 말한 규칙이 정해지자,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남에게 베풀기를 꺼리는 a가 지각을 않게 된 것은 규칙이 정해진 그 즈음부터다.
a는 35살로 그 나이에 비해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 자기 말로는 한때 건설회사 비서로 있으면서 홍보용 책자에 모델로도 나가 봤고, 뭍 남성들에게 꽤나 있기가 있었는데 그 와중에 남편을 만났다는 것이다. 남편은 그녀보다 2살 연하인데, a는 연하의 남편을 둔 것을 은연중에 자랑처럼 말한다.
어디에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다 막상 누군가 자기에게 마땅찮은 말이라도 할라치면 본색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회의를 하다가도 누군가 자기와 다른 의견을 내면, 그와 언쟁중 결국엔 회의의 본주제와 다르게 삼천포로 빠지는 게 a다.
그녀는 주로 말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었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 자기보다 나은 학교를 졸업했으면 대 놓고 "거기출신 치고 성공한 사람 못봤더라"라든가, 누군가 예쁜 악세사리를 했으면 "그거 진짜야? 난 진짜 아니면 관심 없어"라든가.
공동 지출이 있어 각출을 하게 되면 "나, 전기세 낼 돈도 없어서 전기 끊어지게 생겼어" 해 놓고는 며칠 후, 비싸기로 유명한 모 외식업체에서 아이들과 뭘 먹었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뒷담화 깔 줄 모르는 팀원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무리 주의를 주고 제재를 가해도 a는 눈깜짝하지 않는다.
정말 상식밖의 인물이다.
지각을 해 그 다음 회의때 모두다 30분 일찍 출근을 했는데 준비해 오기로 한 간식을 a가 다음으로 미루기를 몇차례...매회의때마다 쏟아지는 팀원들의 따가운 눈을 의식해 반강제로 가져 온게 글쎄...자기네 아이들이 먹다 남은 맛동산 과자 한봉다리와 맛이 없어 안 먹다 방치해 둬 유효기간이 반년은 넘었을 법한 굳은 치즈 스틱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간식은 '잘 먹겠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잘도 집어 먹는다.
결국, 먹는 걸로 뭐라 하는 것도 우스워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참...
속내가 뻔히 보이는 그의 행동을 그저 아직 사회 때가 덜 묻어서려니 정도로 치부했는데, 어느 날 그저 그런 이유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러 결국 a가 회사로부터 내침을 당한 건, 그 '간식사건' 며칠 후였다.
우리 일이라는 것이 일주일간 꼬박꼬박 출근할 필요없이 각자 업무가 정해지면 각자 알아서 뛰는 일종의 자유소득업인데, a는 우리의 경쟁사에 비밀리 취업해 우리회사 고객에게 경쟁사의 제품을 권했던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 고객의 제보에 의해 그동안 a가 저질렀던 부당한 행위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고개도 못들고 사무실 근처엔 얼씬도 않겠지만, 우리의 영원한 껌, a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장이 근무계약위반사항과 함께 계약해지 건으로 a를 호출시킨 그날, a는 다른 팀 사람들에게 '나 짤렸어요, 하지만 내가 이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보여 줄 거에요, 두고 보세요'하며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잠깐 외국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면서 묻지도 않는 행선지를 열거하는 것이다.
a가 나간 후, 팀이 평화를 되찾을 무렵, 한통의 전화가 왔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는 a의 거였다. 전화를 받자, a가 근처라며 오랜만에 점심식사라도 하자며, 자기가 살테니 나오라는 거였다. 마침 일이 있어 거절한 후, 동료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얼마전에 a가 모 보험회사에 취직했다는 것이다. 동전 한닢, 빵 한 조각이라도 남에게 베푼적이 없는 a의 입에서 '내가 사겠다'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섬뜩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미 인심을 잃을대로 잃은 a를 만나 줄 팀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a가 퇴사한 지 벌써 1년이 넘은 지금도, 잊혀질 때쯤 되면 전화를 한다.
혹시 이런 사람, 주변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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