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황당한 일요일 아침이네요" 글을 보고 용기내어 아니 어쩜 제 답답한 속을 조금이라도 덜어볼까하고 써봅니다.
전 결혼한지 1년쯤 됐구요.
임신 3개월의 예비엄마랍니다.
저희 신랑하고는 9년이란 어마어마한 나이차이가 나구요...
물론 친정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답니다.
결혼 자체도 넘 우스웠죠.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짓...
그래도 그 전까지만해도 사랑해서, 사랑하니깐 결혼했단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정말 솔직하고 싶네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사랑없이 결혼한다는거...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죠...
저 또한 신랑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지쳐갈뿐... 이런 맘의 끝이 언제일지...
저희 신랑은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답니다.
결혼전 성실하고 유머스런 신랑을 만났죠.
울 친정은 딸만 넷에다 아들 하나구요.
식구가 많다보니 그리 넉넉치 않았답니다.
가난을 알았던 사람은 그 맘을 알겠지만요...
저 또한 소원이 시집 잘가는 거였죠.
그래서 사업을 하고있는 신랑을 택했고, 잘 살줄 알았답니다.
연예를 하다보니, 신랑의 빚의 금액을 알았고...
시간이 가다보니 그 빚의 금액이 어마어마하단걸 알면서도 내가 경제권을 쥐고 있으면 금방 일어설줄 알았죠.
결혼식도 얼렁뚱땅 치뤘고, 신혼여행은 가지도 못했습니다.
돈이 없어서죠...
그래도 전 희망을 잃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남들보다 벌어들이는 금액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만 가는 빚에 한숨만 나오더군요.
결국 우리 둘은 신용불량자에 그나마 살고 있는 이 월세집에 유채부동산 가압류가 들어오더군요.
아찔했죠.
근데 웃긴건...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금융권의 압박에 이제는 겁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이 모든걸 제 팔자구나 운명인가보다 생각해야만 했죠.
그래도 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울엄마가 알게 됐고, 막내딸이 안스러웠던 엄만 집을 판돈 거금을 제게 주셨답니다.
너무도 저희 신랑이 원망스러웠고 더 나아가 시댁식구가 싫어지더군요.
그래도 살아야만 됐죠.
제가 신랑과 결혼하게 된것도 열심히 살아서 고생한 울엄마 울아빠께 도움이 되고자 했는데... 결국...
문제는 이것이 아니랍니다.
이런 상황도 전 다 이해하고 살려고 합니다.
이보다 더 못한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하구요...
저희 신랑은 첨엔 친정에 참 잘했지요.
누구든지 그럴테지만...
그래도 그런 신랑이 좋았어요.
울엄마 울아빠도 붙임성있는 저희 신랑을 많이 좋아하구요...
근데 저희 신랑이 저희 집에 신경을 썼던 부분이 많이 의심이 됩니다. 지금은...
오늘은 울아빠 생신이었죠.
글구 큰형부가 일본 출장 갔다가 오는날이기두 하구요...
얼마전 둘째언니가 예쁜딸을 출산하고 친정서 산후조리후 낼 내려가는 날이기두 하구요...
겸사겸사 아빠 생신은 7월 14일인데, 오늘 앞당겨서 했답니다.
결혼한 언니들도 다들 평범 그차체로 살기에 근사하겐 못했구요.
조촐히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답니다.
둘째 언니 대전에 살아서 한번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간만에 식구가 다 모이느가 싶었었죠.
얼마전부터 너무도 친정에 소홀해진 신랑이 미웠었는데, 오늘 정말 너무도 많이 실망을 했답니다.
아무일도 없는 저희 신랑만 안왔답니다.
지금 뭐하고 있는줄 아세요?
자기 형님이랑 영화보고 식사한다고 하네요.
속상해서 전화도 안했더니, 문자가 왔더군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것도 모르는 저희 엄만 저희 신랑만 빠졌다면서 무지 기다리시는 눈치였구요...
어찌할 바를 몰라서 첨엔 거짓말을 했답니다.
일이 늦게 끝나서 못올것 같다구요...
근데 그 말을 하고 나서는 왜이리도 맘이 착찹하던지...
결국 엄마한텐 말하고 말았죠.
그래도 친정에서 저희 신랑 미워하면 어쩌나하고 속였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짓말할 자신이 없더군요.
그래서 싸웠다고 했죠.
그 말을 하고나서 집으로 혼자 돌아오는데 왜이리도 눈물이 나던지요...
많이 속상하네요.
신랑을 미워하는 맘이 너무도 커져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구요...
뱃속에 아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이러면 안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저만 사는게 이렇게 힘든건가요?
그건 아니겠죠?
그래도 항상 겉으론 밝게 살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자존심도 강한 저이기에 남에게 제가 살고 있는 면모를 보이는 것 조차 싫어했죠.
근데 이젠 점점 나약해져만 가는 제 모습이 싫어집니다.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혼자 청승맞게 음악 틀어놓고 울고 있답니다.
결혼생활이란게 이런거였다면 애시당초 시작도 없었을텐데요...
제가 신랑에게 너무도 많은걸 원하는 건가요?
답답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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