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황당한 일요일 아침이예요.
남편이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온수 남아있을때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5분여쯤 샤워만 하고 나왔는데 그새. 남편은 옷만 입고 나가버렸어요.
애들한테 물어보니.. 아빠 옷 입고 나갔다고~!
어제....
남편이 새벽 4시가 넘어서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왔어요.
그냥 거실에서 자게 내버려뒀다가 큰아이 학교갈때쯤 깨워서 방으로 들여보냈죠.
11시가 넘어도 안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작은아이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가 큰아이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은 그새 깨서 샤워까지 다 마치고 앉아 있더라구요.
나가기 전에 현관에다 30분쯤 나갔다 오겠다고 메모를 적어놨었어요.
남편이 출근하고나서 오후 4시쯤. 점심은 먹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물어봤어요.
그렇게 하루는 저물어 갔고, 어제도 일때문에 또 늦겠다고 해서 애들과 저만 저녁을 먹었어요.
어제는 남편이 1시경에 들어왔는데, 출발하면서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어찌나 큰지 애들이 자다 놀래서 울어대는 겁니다.
전화가 좀 잘 안들려서 통화하다가 끊어졌더랬는데 술김에 또 전화할까바 전화코드를 빼버렸어요.
몇분 시간이 흐르고..뚜벅뚜벅 남편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군요. 문 두드리면 옆집에까지 다들리니까 얼른 문을 열어뒀어요.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벌써 눈초리가 달라져 있어요.
술먹으면 사람이 확 180도 달라져요.
마치 이리의 눈과도 같은.. 그눈.. 너무 무섭고 싫어요.
시뻘건 눈을 해가지고, 들어오자 마자 왜 나더러 전화 안받냐고 ...내가 전화를 얼마나 했는지 아느냐. 전화해서 밖에 나오라 그랬는데 왜 안나오느냐..
얼른 방에 들어가 전화코드를 꼽았어요.
거실에 철퍼덕 앉더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네요. 전화벨이 또 요란하게 울려대고, 저리 전화벨 잘 울리는데 , 무슨 전화벨이 안울렸다고 거짓말 하냐고.누굴 병신으로 아냐고. 말도 안되는 말만 해대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를 하는데. 기도 안막힙니다.
몇시까지 잘거냐고 물어봐도 술에취해 잠이 든 사람이 대답할리 만무. 그래서 대문안쪽 현관문에다 메모를 써놓고 30분쯤 후에 돌아오겠다고 붙여놓고 나갔었어요.
그런데. 일어나 보니 여편네도 뭐고 옆에 아무도 없고 찬물한잔 안떠다 놓고,, 메모는 무슨 메모냐 못봤다 그러면서 나더러 거짓말 한다고 막 윽박질러댔어요.
쓰지도 않은 메모쪽지를 왜 썼다고 거짓말 하냐구.. 하도 그러길래 쓰레기통까지 뒤져서 찾아서 보여줬는데, 이번엔 붙였냐. 붙였으면 어디다 붙였냐.. 붙여놨으면 자기가 왜 못봤겠냐면서.. 왜? 안붙여놓고 붙였냐고 거짓말 하냐면서 너 맞을래? 이러기까지 하더군요.
그래..때려라.때려바 , 저도 약이 올라 그래버렸어요.
내가 무슨 죽을죄를 지은것도 아니고. 아침에 경찰에 넘기라 그랬어요.
자기는 술먹고 늦게 다녀도 다른여자 넘보는 일 절대 안한다면서 남자로서 이러기 힘들다고 술만 마시면 으시댑니다.
당연한거 아니냐고 말하면 난리나요.
너무 억장이 터져서 .나중엔 울면서 그래 내가 잘못했다 ~ 힘들게 일하다가 속상해서 술먹고 와서 아침에까지 피곤해서 자는데 옆에 붙어있지 않고 ,말도 않하고 나갔다 와서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도. 남편은 술때문인지 전혀 내말 듣지도 않고 또 자기말만 되풀이하면서 왜 거짓말하고 사냐고 추궁..
2시까지,거의 1시간동안 고문아닌 고문을 당하고 나서, 옷벗어 놓고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가 큰대짜로 뻗어버리네요.
자기는 할말 다했으니. 밤새도록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곰곰 생각해 보라더군요.
이러고 사는 내가 정말 비참하게 느껴져요.
매일 남편이 이런다면 정말이지 같이 살고 싶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술만 안먹으면 거의 100점 짜리예요.
그눔의 술이 웬수지요.
술이 과하면 저리도 사람이 달라져서 날 미치게 만들어요.
예전같으면 .. 오늘 아침에 일어나 미안하다고, 자기가 한말이 아니고 술이 한 말이니까 이해해달라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먼저 말할텐데. 제가 씻는동안 나가버리니 너무 황당합니다.
잘한걸로 잘못한 거 덮어주고 사니까. 그냥저냥 사는거지 정말 우리 남편의 술버릇 계속 이어진다면 나도 인내심이 바닥날거 같아 두렵습니다.
정말 너무 우울한 일요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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