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랬는데.. 아무래도 그래야될것 같네요.
토요일.... 일주일에 딱한번.. 작은아이 손 잡고 도서관에 갔다가 큰아이 학교 파할때쯤에 정문앞에 가서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돌아오는게.. 토요일마다의 행사가 되어버렸어요.
토요일날.. 어찌나 더웠는지 몰라요.
집에 해놓은 밥도 없고 해서.. 주말기분이나 내자~하고 점심을 일본식 우동집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길거리에 가방장사가 있었어요.
그냥 구경만 하면서 눈요기나 하고 걸어가고 있는데.. 울 아들이 안보이는 겁니다.
뒤돌아 봤더니.. 가방파는데 앞에서 우물쭈물..
얼렁 오라고 했는데.. 오히려 저보구 오라는 손짓을 하네요.
왜?.... 그러면서 가봤더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가방을 하나 들면서.. "엄마. 이거 디게 이쁘다.. 이거 엄마가 들면 더 이쁘겠다" 이러지 머예요.
(2년전에 선물받은 다이어리겸 지갑이있는데 너무 무겁고 손잡이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가끔 투정부렸었어요~*)
아주 연한 핑크빗.. 복주머니 모양인데.. 어깨에 매면 겨드랑이 사이에 딱 알맞게 걸어지네요.
끈부분이랑 가방앞쪽에 흰색으로 리본이 뜨아..!
이렇게 공주풍 가방을 엄마가 어떻게 드니.. 남들이 보면 욕한다. 그랬더니..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말래요.. 자기가 보기엔 엄마가 드니까 너무 이쁘다면서.^^
지가 사줄것도 아니면서...ㅎㅎ
어디서 났는지...지갑에서 꼬깃꼬깃 접어놓은 천원짜리 지폐를 7장 꺼내면서 사준겠대요..
얼마냐고 물었더니 원래는 4만원짜리인데 15000원 달라네요.
우리 아들 풀죽은 모습 ㅜ.ㅜ
가방장사하는 아줌마도 우리아들 효심이 너무 갸륵한지 1000원 빼주겠다고 하네요.
돈도 없는 것이 사주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기는~~^^*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못살 가방이었지만. 아들을 봐서 눈 질끈 감고 모자란 나머지돈 7000원을 매달 용돈에서 조금씩 떼어서 갚기로 하고 가방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고서 집에 들고오면서도..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나~~ 걱정이 앞서대요? ㅎㅎ
오후에 시장가는데.. 가방 들고 가라고 난리였어요.
까짓.. 들고가자.. 그런데 집 앞에서만 좀 창피하지 누가 뭐 제 가방만 본답니까?.. 큰길까지 가서도 별로 안챙피하더라구요..
시장보는 동안 내내.. 울 엄마 가방 이쁘다... 이쁘다~ 이말만 연신 해대는 아들 보면서 얼마나 우끼던지요.
저녁에 아빠가 오시니까 아빠 붙잡고 자기가 엄마가방 사줬다고 자랑자랑...
어제는 큰시누네 갔었는데.. 큰시누한테도 또 자랑. 큰시누네 집에 잠깐 놀러왔던 옆집 아줌마한테도 자랑..
울 아들이 자랑해대는턱에.. 아무 잘못 없는 큰시누네 18살 먹은 (시조카) 아들만..괜시리 핀잔 먹었어요.
10살짜리 새까만 동생도 저리 엄마생각하는데, 넌 뭐냐구 ㅎㅎ
오늘은 아침부터 동네 아줌마들이 출근도장 찍었는데, 가방보고는 다들 '좋겠다~~'그러고 갔습니다.
온동네 소문 다 났네요.
우리 아들 마음이 너무 이쁘지 않나요?
7000원을 모으려면 몇달동안 모았을텐데..
앞으로도 가방값 갚으려면 계속 짠돌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것이 자식키우는 맛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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