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서 저녁식사후 어슬렁대고 나가서 네식구가 오손도손 공원 벤취에 앉아서 쉬다가 배가 좀 꺼지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그런데.. 벤취옆 배드민턴 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미어터지는지라.. 벤취있는 곳까지 사람들이 밀려와서 배드민턴을 치는 겁니다.
재밌겠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다가 2주전쯤부터.. 우리 부부도 그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에 합류를 했어요.
보름쯤 지나니 공이 땅에 떨어지는 횟수도 줄어들어서 할수록 재미가 붙네요.
어제도 공원에서 배드민턴 신나게 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엊그제 윗층 사는 아줌마가 아주 큰 화분을 학교에서 가져와서 씨를 심었다고 했던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 아줌마 고향이 충청도 예산인데.. 학교에서 화분을 슬쩍 해가지고 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놀래서... 남의 걸 왜 가지고 오냐구.. 제가 놀래서 물었더니.ㅎㅎㅎ 훔쳐온게 아니구.. 업어온거라구 박박 우깁디다.
새학기때 가져온 화분들이 이맘때쯤 되면 말라죽은게 태반이라 학교 뒷담에 수북이 버려둔 화분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 제일 큰놈으로 .. 어차피 안쓰는거니까 업어왔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견물생심이라더니.. 철망사이로 수북이 쌓여진 화분들 보니까.. 괜히 돈주고 화원가서 새화분 살 필요 없다고 느껴지더군요...ㅜ,.ㅜ
그래서 신랑을 철망밑에 보초세우고 .. 저랑 울 아들이랑 학교로 갔습니다.
경비아저씨가 교실로 통하는 유리문들을 까치발하고서 일일이 잠그고 ,흔들어서 확인까지 하시며 돌아다니시는데.... 괜히 죄 지은거 같아서 멀리 빙~~ 돌아갔어요.
수돗가쯤에 엎어져 있던 화분이 캄캄하니까 잘 안보였어요.
대충 짐작하고..살펴보니... 앗.. 있다.. 많다!!
도자기로 된 화분은 좀 비싸니까 양심의 가책상 차마 못 가져오궁.. 파란색으로 된 기다란 화분만 3개 가져다가 냅다 뛰어서 철망밑 의자에 앉아 담배피우고 있는 신랑한테 얼른 넘겨 줬어요.
가슴이 벌렁벌렁..
구래... 안쓰는거.. 버려둔거니까 쓰레기 처치해준거다..난 절대 안훔쳐온거다.. 업어온거지...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놀랜 가슴 쓸어내리며 집으로 왔지요.
신랑은 잽싸게 ㅎㅎ 뒷마당에다 화분들을 엎어놓았네요.
앗뜨! 근데.. 집에와서 보니까 화분옆에 매직으로 **중학교 라고 그윽하게 글씨를 써논거 있져..에띠~~!
후진 플라스틱화분 누가 훔쳐간다고 거기다가까지 이름을 써놓았담. ㅎㅎ 내가 업어갈줄 알고 미리 써놓았나봐요.
메니큐어 지우는 리무버로 박박 문질러 닦아야겠어요..
영문도 모르고 앉아있으라 하니까 앉아있다가 , 휘딱 넘겨주는 화분 받아들고.. 손에 흙묻을까바 얼른 뒷마당에 던져놓았다는 울 신랑----학교에 가서 화분 업어왔다는 제 얘기를 듣고 인생을 그렇게 쪼잔하게 살면 안된다고.. 오던 복도 달아난다면서 킬킬대고 웃네요.
아....! 업어오기는 힘들어~. 꿈자리에서 짭새가 잡으러 와서 밤새 도망다니느라 혼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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