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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목련이 아름다운건
세상의 단 한사람에게만은 온전히 순결한 당신을 닮아서 입니다.
오직 한사람에게만 ＇완전한 성실함＇을 지닌 당신은,
사람들에게 ＇불완전한 너그러움＇을 지닌 나보다 오히려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지는 목련이 슬픈건
세상의 단 한사람에게만은 온전한 사랑을 주고싶어도 못 주는 나를 닮아서입니다.
＇사랑해도 되나요＇라고 허락받아야 할까요?
＇궁금해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봐도 될까요?
＇내 생각도 가끔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화낼건가요?
피는 목련이 아름다운건
나를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않으면서
바라보는 것만은 허락하는 당신의 조심스러움을 닮아서 입니다.
당신은 나를 겁내지는 않지만 나를 만나기를 꺼려하고
나는 당신을 보고 싶어하지만 당신은 나를 멀리 두고자 하니
그런 당신의 수줍음을 닮은 목련은 어렵게 어렵게 몽우리가 부풀어
아프도록 아름답게 서럽도록 눈부시게 피어서는 나를 숨막히게 합니다.
지는 목련이 슬픈건
당신 앞에서 허물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를 닮아서 입니다.
끝이 부서진 낱말로만 말해야 하는 나를
입속에서만 맴도는 온전한 말은
차마 쏟아내지 못해 서걱거리는 갈증에 시달리는 나를 닮아서 입니다.
피는 목련이 아름다운건
하루가 다르게 피어오르는 꽃잎처럼 커가는 그리움을
벌써 저만치에서 어서 여기만큼 오라고 손짓하는 그리움을
손사래짓 해가며 애써 외면하려는 당신의 하얀 속마음을 닮아서 입니다.
당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단지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며
그러다가 당신과 다른 성을 가진 나를 만나졌을 뿐이며
그게 우연히 나일뿐이라고 하지만
당신이 남들 모르게
당신 마음 한자락 걷어내고 나 들어가 앉을 자리 마련해 놓은 걸
나에게조차도 안 들키려하는
당신의 그 여린 마음이 얇고도 하얀 목련 꽃잎과 닮아서 입니다.
지는 목련이 슬픈건
아름다움으로 피어난 목련잎,
서글픔으로 스러질 때까지의 기간이 너무나 짧아
나와 당신과의 관계를 사랑이라던가 우정이라고 정의내리기도 전에
주착없이 서둘러 펼쳐보인 마음 황급히 접어두느라
어쩔줄 몰라하며 허둥대는 나를 닮아서 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피는 목련을 닮아 아름답고
나는또 그렇게 지는 목련을 닮아 서글프고
바람이 불고 봄비 내리는 날에는
젖은 잎 눈물처럼 떨구고 애닲으게 마주 서있을 우리..
그러나 나는 2001년 봄이 끝나고 2002년 봄이 시작될 무렵인 내 년 사월에는,
차오르던 그리움처럼 부풀어오르던 잎,
흔들리던 마음처럼 떨리던 잎,
미련없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초록으로 푸르게
푸름으로 싱그럽게
너른 잎을 지니고 키도 자라있을 목련처럼
성숙해져 있는 서로를 볼 수 있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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