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도 그랬어요.
아들 셋에 딸하나라면...
남들은 제가 뭐 엄청 귀염받고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도 그 어느 연속극의 후남이 처럼 그렇게 자랐어요.
초등학교 때에는 엄마가 직장엘 다니셨는 데
오빠나 남동생 점심차리고 설겆이며 집안 청소는 늘 제 몫이었죠.
아침에 출근하시는 엄마는
동생에게는 과자 사먹으라고 100원을 주시고
제게는 빨래며 청소며 일 거리를 일러주곤 하셨죠.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엔
억지로 원하지 않았던 상고엘 갔었고,
대학진학 공부한다고 온갖 심한 말들과
야간 자율학습 끝날 때면 저녁 12시 가까이 다 되는 데
달랑 점심 도시락 하나만 싸 주시고,
제가 손수 도시락 하나 더 싸가지고 가는 것 조차도
허락하지 않으셨죠.
그리곤, 공부 못하는 오빠나 남동생에겐 좋은 대학가야 한다면서
정말 끔찍히도 공부하라고 하시더군요.
대학에 들어갈 때쯤에 집안의 고모가 밧데리 가게를 열었는 데
경리아가씨를 구한다고 절 더러 거기에 취직해서 돈을 벌지 않는 다며
얼마나 혼을 내신지 모른답니다.
물론 대학에 다닐 때에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고
교재값 한번 변변히 주시지 않아서
늘 친구책을 빌려보거나 복사해서 공부를 하였어요.
덕분에 친구들은 저를 책을 안 가져오는 아이로 기억하고
있더군요.
엄마에게서 항상 여자는 잘나도 여자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여자가 뭔데... 여자가 뭘 알아서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정작 본인도 여자이면서...
큰 오빠가 결혼을 하고서
올케가 들어왔을 때에 엄마는 올케는 손님이라며
제게 집안일들을 많이 시키셨어요.
제가 결혼을 할 때에도
친정 부모님은 제가 직장 생활하면서 벌어놓은
얼마되지 않은 돈으로만 혼수며 예단을 준비하시더군요.
신랑이 이미 집을 장만해 둔 터라 제게 혼수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나있는 딸내미 시집가는 데
돈한푼 쓰실 생각도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들어온 축의금으로 아마도 남는 장사(?)를 하셨을겁니다.
한데요...
지금은 안하무인 격인 두 올케의(그나마 하나는 나아요...)
무시와 냉대로 속앓이를 하고 계시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저희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계시고요. 혹여 무슨일이라도 있으면
꼭 제게 전화해서, 내가 아들 셋에 딸하나가 아니라
딸 넷을 두었더라면 말년이 이 처럼 힘들지 않았을 거라 하시더군요.
딸로서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한 쾌감을 맛보는 것도 솔직한 제 맘입니다.
아마도 님의 친정어머니께서도
훗날에는 며느리에게 못하시는 섭섭한 말씀을
딸에게 하시면서 그래도 딸이 좋아라고 하실겁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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