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10살 난 아들.. 오늘 소풍갔습니다.
이제는 소풍이라 안하고 현장학습니라고 하죠.
8시 30분까지 운동장에 모이라고 알림장에 써왔는데. 8시 안된 시간에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을 내는군요. ㅎㅎ
김밥 두세줄이면 될테이니까 김밥집에서 그냥 사기로 했습니다.
소풍간다고 집에서 김밥 마는 풍경.. 이제는 별루 없는거 같아요.
일찌감치도 준비를 마친 아들 손을 잡고 24시간하는 김밥집에 가서 방금 말은 김밥 3줄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빈 도시락통 들고 김밥 사러 오는 아이들이 참 많더군요.
엄마들 아무리 힘들어, 힘들어. 그래도 요즘처럼 편한때도 없는거 같아요.
아들내미 제 눈치만 보다가 기어이 8시 5분이 될랑말랑한 시간에 총알같이 튀어 나갔습니다.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이요.
뭐가 저리도 좋을까... ㅎㅎ
하긴 저 어릴때도 그랬었지요.. 깨우지 않아도 새벽같이 일어나서는 왜 이리 시간이 안가나.. 엄마는 김밥 언제나 싸줄까.. 목이 빠져라 기다렸었죠.
나.. 어릴적.. 두어번쯤?
소풍갈때 김밥을 못싸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김밥이 싸구려 음식이지만.. 예전의 김밥은 소풍날 아니고서는 맛볼수 없었던. 특별한 음식이었잖아요.
제가 울 아들 나이였을때였나.. 김밥을 기대했던 나는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흰밥에 무말랭이. 북어찜.김치(그래도 소풍이라고 김치위에 특별히 깨 뿌려주셨음)... 그 도시락이 너무도 싫어서 아예 안가져갔어요.
깜박하고 도시락 안가져왔다하고 반아이들에게서 한두개씩 추렴해서 선생님이 제 김밥도시락을 마련해 주셨어요.
뭘 모르는 철없는 나이였지만.. 그 김밥이 목구멍으로 잘 안넘어가더라구요.
또 한번 6학년때였을거예요.
역시나... 김밥을 열심히 말고 있을 엄마를 상상하며 잠이 깼는데, 누구하나 일어나는 사람도 하나 없구.. 그저 고요함만이..
엄마가 내 소풍날을 잊은줄알고. "엄마. 나, 오늘 소풍가"
엄마는 아무 말없이 등 돌리고 주무셨어요.
등돌린 엄마뒤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더니.. 한참만에 엄마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500원짜리 지폐를 주십니다.
그 당시에도 500원으로 살수 있는 물건이 흔치 않았어요.
500원으로 알아서 사가라....그러셨지요.
가게 가봤자.. 살거도 없고. 살게 있다쳐도 13살짜리가 무슨 요령이 있다고 알뜰하게 장(?)을 보겠어여.
달걀 몇개 사다가 혼자 부엌에서 요리를 해 본답시고 했는데 될턱이 있을까요.. 엉망이 되어버렸죠.
소풍가서 그 도시락 누가 볼까.. 나무뒤에 숨어서 얼렁 먹고 나왔습니다.
해맑게 웃으면서 소풍가는 아들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에게 만큼은 나같은 추억 만들어주지 말자... 되뇌였습니다.
또한 폴짝폴짝뛰면서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의 아픈추억까지 치유되는것 같은 느낌도 들었구요.
앗~~!!
비가 오네여?
이룬.. 민속촌 간다는데.. 거긴 비 피할곳도 없다는데, 소풍날 한번 희한하게 잘도 잡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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