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아버님은 연세가 많으세요.
신랑이 막내인지라... 76살 되셨죠.
보통의 할아버지들 처럼, 손주사랑 끔찍하시죠.
큰 아들의 손자들은 벌써 대학생인데
우리 애들은 아직 어리니, 더 더욱이 귀여워 하시는 것 같아여.
한데 우리 아버님...
정말로 나들이 가는 것 좋아하시거든요.
매주말마다... 늘 당신과 함께 어딜 가기를 원하세요.
함께사는 것도 아니고, 매주 그러기는 사실 좀 어렵쟎아요.
솔직히, 저희도 저희 남편과 애들하고만
어디 가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어쩌다 한번이면 모를까
매주 토요일이면 전화와서, 낼 어디가자고 하시는 데
증말 증말... 싫습니다.
가시고 싶은 곳도
무슨 유원지나 공원.. 이런 곳이 아니라
예전에 당신께서 가셨던 곳 어디어디...
그것도 꼭 대구시내도 아닌
외곽의 어느 곳...
옛날에 알던 누구누구를 찾으러 가시거든요.
가보면 10번에 9번은 헛걸음이구요.
옛날의 희미한 기억의 사람들을 무작정 가서
서울사는 김서방 찾기식으로 물어물어 다녀도
만나기는 어려워요.
연세가 연세인지라, 돌아가신 분도 많고
혹 운좋게 만난다손 치더라도,
아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니,
그리 반갑쟎아 보이기도 하구요.
그냥 저희들 하자는 데로
가까운 유원지가서 같이 밥먹고, 애들이랑 바람 쐬고
오는 정도면 저희도 굳이 마다하진 않아요.
할아버지랑 같이 다니는 것이 애들 교육에도 좋으니까요.
한 데 그것도 아니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아버님 전화와서
'낼 애비 약속하지마라고 해라'하실 때면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실까 잘해드려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짜증으로 바뀝니다.
저...
못된 며느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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