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내세요. 같은 며느리의 입장에서 정말 위로를 해 드리고 싶네요. 저 또한 님처럼 속이 많이 상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가 특별히 못되신 분이 아니지만,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엄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이사하던 날, 제가 임신 5-6개월 정도였습니다. 제 친정엄마는 이사 후 `힘드니까 자장면 같은 것 시켜 먹고 얼른 자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제 시어머니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고 했더니 `그냥, 밥만 씻어서 얼른 하면 될텐데 라면을 삶아 먹었다고` 약간 핀잔을 주시더군요. 그때 확실히 깨달았죠. 시어머니를 친정엄마와 똑같이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저희 시어머니가 나쁘신 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어머니는 모두 비슷하실 겁니다. 가끔 아닌 분도 있겠지만, 그건 어쩌다 예외인 거구요.
저도 님처럼 예전에 맞벌이를 했었습니다.
그때 저희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저흰 주말부모였죠.
시어머니는 제 남편에게 일하느라고 힘들으니 쉬라고(자라고)하시고는 저에게는 아이가 엄마 정을 느껴야 한다면서 자꾸 제게 애를 맡기셨습니다. 물론 아이랑 가까이 잘 놀아주어야지요.
하지만, 그때 저는 회사에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는 상황이었고, 저희 남편은 저보다 더 일찍 끝나는 때였죠. 그러면서 잘하는 일은 남편이 착해서 잘하는 것이고, 못하는 것은 며느리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저 또한 굉장히 열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요? 별로 열 안받습니다. 그려러니 합니다.
그리고 저또한 제가 며느리로서 할 역할은 하지만, 친정엄마처럼 생각하려는 노력은 안합니다. 그냥 제가 해야 하는 도리만 합니다. 흉 안잡힐 수준으로, 남들이 객관적으로 봐도 합당할 수준으로. 저희 남편 아주 효자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남편만 착한 내아들이고, 맘에 안드는 일은(서운한 일) 며느리가 못하게 해서 그렇다는 아주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갖고 계시거든요. 저는 그것을 깨려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했구요, 대신 같이 살면 그때 보고 확실히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흰 조만간 모실 계획이거든요. 그때 그동안 아들이 잘한 것이 며느리의 내조(동의)로 가능했던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으시겠죠.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결혼초부터 여행이나 어디 산책을 가도 항상 어머니를 모시고 같습니다. 솔직히 그건 즐거운 여행이 아니더군요. 여행을 가서까지 주방일을 제가 다 해서 모셔야 했으니까요. 저희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구요. 그러다가 남편과 한번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후 그이후 저희 가족끼리만 갑니다. 저희 남편도 그게 불효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어머니야 어쩌면 서운하실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그런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가 작년에 몸이 안좋아서 수술을 받은 이후로 저희 남편도 정신을 차리더군요. 예전에는 나이 많으신 어머니께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해야 한다고 모든 것을 어머니 중심으로 생각하고 아내는 늙을때까지 자기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거죠. 그래서 요즘은 제게 신경을 많이 써줍니다. 오히려 어머니를 모셔도, 어머니는 건강이 안좋으니 우리끼리만 여행을 다녀오자고 합니다.
도리어 제가 죄송해서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결론은, 너무 잘할려고 칭찬 받으려고 하시는 것을 약간은 포기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기분을 맞출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님께서 중심을 잡고 할 도리와 안해도 될 도리를 잘 분간하셔서 자식으로서 할 도리는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먼저 챙기시고, 그러면서 님의 가정도 챙기시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불효를 하라는 것은 아니고요, 어머니 눈치만 보지 말고 님의 주관대로(객관적이어야 되겠죠?) 그리고 님의 가정도 희생하지 마시면서 사시라는 겁니다.
님의 글을 읽고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 그리고 제가 겪은 일을 겪는 것 같아 그냥 경험자로서 말씀을 드리다 보니 횡설수설 해놓았네요. 저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분이 많을텐데 제가 어쩌면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 드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아마, 님께서 현명한 생각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기운내세요, 그리고 대한민국 며느리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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