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에 푸념시조(?) - 제사에 관련된...
가 있어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전에 한식이었죠. 다들 조상묘 돌본다고 난리입니다.
다들 남자네 조상묘 돌본다고 난리입니다.
내 조상은 어디있나.....???
저 결혼하기 전에, 할아버지 산소에 일년에 며칠씩 다녀오고, 선산도 둘러보고, 고모들이랑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게 참 좋았습니다.
작은아버지댁은 미국에 있고, 친정엄마는 가끔씩 아프셔서 산소에 못가시기도 했지만, 엄마한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되어서 (엄마랑 전혀 상관없는 조상묘라 생각되어서..) 그냥저냥 넘어갔지요. 물론 저희엄마 장남에게 시집와서 무쟈게 고생했습니다. 그결과 속병까지 얻으신것 같기도...
저 엄마처럼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네집에 둘러싸여서 노비처럼 일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요. 딸이나 며느리나 뭐가 달라???? 라고 생각했구요.
딸들 친정에 오면, 며느리도 친정에 간다!! 라고 생각했구요.
하지만 현실은......ㅜ.ㅡ
눈물나지요.
제사나 차례때 시댁인 시골에 가서 뼈빠지게 일합니다. 친구 하나가 그러더군요. 자긴 그때가 되면 '미친소'처럼 일한다구요. 그말이 딱 맞습니다.
일하면서 계속 머리속에 맴돕니다.
'내가 왜????'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나랑 한번 눈마주친적도 없고,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차례음식 정성스럽게 마련하며 (속으로는 욕하면서...이런거 안했음 좋겠다....), 계속 생각합니다.
나도 내 조상에게 음식 드리고, 절하고 싶다....
할아부지 산소에 가서 할아부지 보고싶다.....
저 결혼한지 8년째 되어갑니다.
할아버지 산소에 8년째 못갔습니다.
가겠다는 소리가 안나옵니다. 왜그럴까요....
일은 며느리들이 다합니다. 물론 시엄니도 합니다만, 시엄니는 시집일이 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며느리들은 내일이지만, 피할수 있다면 무슨수라도 쓰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무슨수를 써서라도 벗어내고자 합니다.
조상님들은 그런 차례상을 받으면서 어떤 느낌이실지 궁금합니다.
친정아버지께 그런소리를 했더니, 나무라시면서 "그런, 너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 라고 하시더군요.
제 대안은 이렇습니다.
명절때, 각자 자기조상에게 찾아가서 인사하고 오는겁니다.
며느리는 친정에, 남편은 자기집에, 아이들은 가고싶은곳으로..친할아버지댁만 할아버지고, 외할아버지댁은 '시앗(첩)'네 집이랍니까? 무조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명절때면 울친정엄마도 엄마친정으로 가고, 나는 고모들과 함께 음식을 하고 싶습니다. 엄마도 이모들과 음식을 하시겠죠. 삼촌들도 와있구요.
아무리 요즘세상에 무슨 '남존여비'냐고 떠들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남아선호사상때문에 여아를 뱃속에서부터 죽인다고 치를떨며 결과에 치중할게 아니라, 왜 그렇게 남아를 대접하고 여아를 푸대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근절대책을 세워야 하는것 아닐까요...???
민속대이동이라는 명절, 그리고 국가적 큰일이라는 명절에,
여자는 부록처럼 남자에게 속해서 '즐거운 고향가는길'에 묻혀가는 형편에 무슨 남존여비, 남아선호사상에 대해 말합니까?
현실속에 생생히 살아있구먼...
명절날, tv에 방송될때 전 늘 생각합니다. 남자들이야 자기집에 명절쇠러 가니 즐거운 고향길이겠지만, 여자들은 자기고향도 아니고, 자기집도 아니고, 자기조상도 아닌데.....왜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안해주나...왜 다들 모른척하나...하구요.
명절때 남자여자 다같이 일하기가 능사가 아닙니다.
명절때 왜 !!! 남자네 집에만 가야합니까?
여자는 사람도 아니고, 자식도 아니고, 조상도 없답니까?
우리 할아버지 묘에 가자고 하면 남편 대뜸 말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묘에도 벌초하러 못갔는데, 거길 어떻게 가냐?"
자기조상묘만 묘고, 우리 할아버지 묘는 갈데가 못간다는겁니까?
사회풍조가 그런식으로 만연하기때문에, 말한마디 하게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꼴이 됩니다.
맨날, 미풍양속, 전통강조등등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자들을 착취하는 현실이 밉습니다.
아무도 문제제기 안하는 그런 미풍양속,,,,,그안에는 여자들의 희생과 눈물과 회한이 녹아있습니다.
'명절증후군'에 대해서만 얘기할게 아니라, 근본적인 이유와 치유법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정신과적인 접근이 뭐 그리 대단하겠습니까? 스트레스에 의한걸 굳이 정신과적으로 접근안해도 다들 압니다. 그보다는 사회적인 모순에 대해 얘기하는게 더 올바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른 얘기 하나를 하자면,
제 친구하나는, 사생아입니다. 결혼전에 제가 명절때 손님들 치루느라 죽는줄 알았다 (우리집은 큰집이라..), 음식하느라 죽는줄 알았다고 하면, 쌈났습니다.
나는 명절때 방바닥 긁으면서 이러고 있는데, 네가 나한테 그런말할수 있느냐...나도 그래봤으면 좋곘다..고 하면서 화를 내더군요.
그친구, 결혼해서 얼마전에 제게 그러더군요.
"그때가 좋았다. 내가 그때 뭘 몰랐나봐" 그러더군요.
시끌벅적, 와글와글 하며, 웃고 떠들고 노는것도,,,,누가 주체인지 몰랐던가 봅니다.....
슬프네요...
울 할아버지 산소에 8년째 못가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시댁산소에 벌초하러 가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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